감 삭히기
아직은 떫은 감을 몇 접씩 따다가, 감꼭지에 소주를 바르고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 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랫목 구석에 담요를 덮어 두면, 그 속에서 감은 서서히 단맛을 더해 갔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오후, 책가방을 던져두고 아직 덜 삭아 여전히 떫은 감을 몰래 꺼내 먹던 장난기 가득한 어린 날도 떠오릅니다. 입안 가득 퍼지던 그 떫은맛에도 즐겁고 신이 났습니다.
며칠이 지나 항아리를 열면, 따스한 아랫목의 온기와 함께 달큰한 냄새가 집 안 가득 번졌습니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감을 꺼내 먹던 그 시간, 웃음소리와 함께 감빛도 더욱 고와 보였습니다. 채반에 담아 보자기에 덮어 두고 아껴 먹던 그 감맛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어린 날의 풍경이자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떫은맛 숨기고
아랫목 품에 안겨
달게 달게 익어가던 그리움
들켜버린 장난처럼
입안 가득 퍼지던 떫은 웃음
이제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추억의 단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