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풍경 20

마당 있는 우리 집 1

by 도린

우리 집엔 마당이 세 개 있었다.

늘 분주했던 앞마당.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가 바람에 펄럭이고,

수확한 마늘을 펼쳐 햇살에 말리곤 했다.

보릿단을 털고, 콩가지를 도리깨질하던 자리.

햇볕과 바람, 땀이 뒤섞여

고단하면서도 부지런한 소리가 가득하던 곳.


뒷마당에는 사슴 한 쌍이 살았다.

깊고 그윽한 눈동자,

마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듯한 녀석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

풀을 뜯어 먹이며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면 사슴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나를 맞아주곤 했다.

해가 기울고 담장 아래 채송화와 봉숭아가

잠들 채비를 마칠 때,

뒷마당 녀석들의 눈망울은 더욱 깊어졌다.


곰베마당은 마을을 품은 놀이터였다.

멀리까지 탁 트여 하늘을 이고 있는 듯한 터전.

딱지치기, 구슬 따먹기, 고무줄놀이…

해 질 녘까지 친구들과 뛰놀던 곳.

노을이 드리우고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면

하나둘 흩어지는 발걸음만 남았다.

고요와 여운이 가라앉은 자리 위로

아스름히 물결치던 은하수,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며 쏟아지던 곳.


앞마당과 뒷마당, 곰베마당은

내 어린 시절을 환하게 밝혀주던 무대였다.


지금 내가 사는 타운하우스에는

마당대신 작은 정원이 앞뒤로 있다.

앞정원에는 행잉 바스켓과 철쭉, 바질 화분이 소박하게 자리 잡고,

뒷정원에는 이웃이 심어둔 사과나무 한 그루,

그리고 스무 해 전 시아버지가 사 주셨던 장미 한아름이 있다.

작지만 앙증맞은 사과들이 열리고,

옮겨 심은 장미는 뿌리를 단단히 내려

해마다 풍성한 꽃을 피우며

시간의 선물을 전해 준다.


기억 속 옛집의 마당과는 사뭇 다르지만,

나는 여전히 마당 있는 집이 좋다.

마당은 땀과 웃음, 기다림과 추억을 품은

삶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마음속 풍경 속을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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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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