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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쓰장 May 23. 2022

꼰대가 따로 있나?

니들이 꼰대를 알아?

  중학생 준영이가 찾아왔다. 초등 담임선생님을 보고 싶다고 멀리 전학 간 중학교 수업까지 빼먹고 왔는데 보건실에 와서 안부를 묻고 인사를 한다.


  준영이 오랜만이야. 중학교에는 잘 다니고 있지?”

     

  ‘준영의 초등학교 졸업’을 목표로 학교 관리자인 교장, 교감을 비롯하여 6학년 교사와 보건교사인 나까지 머리를 맞대고 하루하루 무사 등교를 기원하며 애를 먹었던 학생이다.

     

  학교에만 매일 와다오!

  밥 먹으러 와도 좋고, 교실에서 힘들면 보건실에 잠깐 내려와서 쉬어도 좋고.

  교장실에 오면 맛있는 간식도 줄게.” 

    

  교장 선생님께서 준영의 손을 잡고 간곡하게 사랑으로 감싸 안았고, 간신히 졸업식을 맞이할 수 있었다. 

  

  하루가 멀다고 무단결석을 하는 날이면 엄마와 다투고 가출하거나 혹은 집에서 쫓겨나거나 가지가지 이유로 경찰서에서 연락해오는 날이 많았다. 학교에서도 또래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하급생과의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되거나 흡연을 하는 등 겉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갈수록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져 머리를 흔들며 소리를 지르는 ‘틱 증상’도 심해져서 수업 시간에 집중할 수도 없었고, 학업 성적은 물론 친구 관계, 건강 상태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위기를 맞고 있었다.


(*틱 증상 : 특별한 이유 없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운동 틱)이거나 소리(음성 틱)를 내는 증상. 질병 기간이 1년이 넘으면 투레트 병이라고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방학 때는 아버지에게 보내졌다가 평상시에는 어머니와 생활하는데, 부모의 관심 밖에 방치된 채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노래방이나 피시방에서 고등학생들과 어울리며 밤늦도록 거리를 방황했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돈이 없을 땐 길거리의 담배꽁초를 주워 피우기도 했다. 가정에서 가출로 내모는 방임과 학대 정황도 의심되어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건 당연한 결과로 나타났다.

     

  어느 날 쉬고 싶다고 한겨울 머리를 빡빡 민 채 보건실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준영이 무슨 일 있었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보려고요. 담배도 오늘은 안 피웠어요.

  첫 번째 약속, 학교에 매일 오는 것도 잘하고 있구나. 담배 주는 고등학생 누나들은 안 만나는 거지?”


  몰래 가져온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코에다 대고 깊게 냄새를 맡고는 뚝 잘라서 버린다. 나는 비타민을 한 줌 쥐여줬다.


  며칠 전 보건 수업 시간에 흡연 예방 단원 내용을 그나마 잘 듣는 것 같더니 쉬는 시간에 쪼르르 쫓아와서 질문했었다.

  보건 선생님, 정말로 담배 피우면 병나서 빨리 죽나요?”

  , 걱정이 되고 궁금한가 보구나. 지금부터라도 안 피우면 괜찮아.”

  저는 회사원이 꿈이었는데, 그냥 대충 살다 죽으려고요.”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 너의 건강은 네가 지켜라. 배워서 남 주랴? 건강한 습관 배워서 남에게도 나눠줘라.’

  보건 수업 시간에 외쳤던 말들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와 내 가슴에 꽂혔다.


  신발을 잃어버리고 추운 겨울 양말만 신은 채 복도를 헤매던 준영의 모습을 보았다.

  금연 상담을 하면서 나는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해 줬을까?

  “무사히 돌아와 줘서 반갑다. 2가지 약속은 지키자. 출석하자. 금연하자. 가출은 성공 기회가 자꾸 줄어든다. 가출해도 친구가 없다. 학교에 오면 친구가 기다린다. 금연 성공할 수 있다. 몸이 망가진다.”

  무수히 많은 잔소리에 당황하진 않았을까?

    

  나의 판단으로 바라보지 말고 그들의 눈높이로 바라보자.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학생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해보자.

  여전히 나에겐 가장 어려운 숙제다.

     

5-6학년 흡연예방 교육활동 중  '금연 아바타 만들기'




  내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 후미진 곳에서 흡연하는 고등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담배꽁초와 쓰레기들, 흡연 장소가 아니라고 발견 시 학교에 연락하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들러 몰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어른들이 나무란다고 금연을 할까? 어디로 숨을 것인가? 또 다른 장소를 찾아갈 것이다.


  오랫동안 계속된 흡연예방 실천학교 운영 담당교사'라는 이유만으로도 아파트 내 흡연 장면은 불편한 심기가 올라왔다. 학생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금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인데 너그럽지 못한 사회현상에 동참하는 나도 분명 꼰대임이 확실한가 보다. 

    

(*꼰대 :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 권위적인 사고를 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 

    

  한 번은 흡연 학생들에게 몇 마디 했다가 ‘고등학생이 얼마나 무서운데 봉변당하면 어쩌려고 나서지 말라’는 아들의 충고를 들었다. 하긴 내 자식도 마음대로 못 하는데 나설 일은 아니지, 싶다가 뭔가 찜찜하기는 하다.

  동료 남교사도 경험담을 들려준다. 길에서 10대들에게 흡연한다고 야단을 쳤다가, 갑자기 네댓 명 고등학생들에게 쫓겨 도망치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위기를 느껴 손들고  “항복!”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어른이면 다야? 앞으로 조심하세요!” 하더라며 큰일 날 뻔했다는 에피소드다.     

  

  몇 해 전에 있었던 일이다. 현관에서 굽이 있는 성인용 뾰족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걷는 여학생을 발견한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학생이 실내화를 신어야지!”


  마지못해 실내화로 갈아 신던 6학년 여학생이 새로 전입 발령받은 교사가 돌아선 등 뒤에다 대고 하는 말.

  신입이면 신입답게 굴어야지! 어디서 꼰대질이야?”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중학생 언니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내며 교사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한때 임홍택 님의 << 90년생이 온다 >>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정말 훌륭한 보고서다. '나도 꼰대는 아닐까?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꼰대가 된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 책을 읽으면서 90년생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 때는 말이야.’ 이런 말을 하면 꼰대 소리를 듣는다고 하지 말아야겠다고도 생각했었다.

  나는 미래의 혁신을 주도할 세력 2000년생을 미리 만나고 있었다. 10년 전에 만난 수많은 주도 세력들을 미리 알아차렸더라면 조금 달라졌을까?

     

   세월이 달라져도 꼰대들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MZ세대들이 꼰대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꼰대들이 많아진다면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나를 꼰대라 불러도 좋다. 

 "니들이 꼰대를 알아? 꼰대가 싫으면 니들이 제발 하던가!"

         

(* MZ세대 : 1981년~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6~2000년 출생한 Z세대를 의미,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세대)


https://mblogthumb-phinf.pstatic.net/20160508_251/69snowman_1462689894682DCjNI_PNG/9.png?type=w800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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