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겹치면 '인연'이 된다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어긋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 힘을 들이지 않아도 관계가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인간관계에서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던 사람이라면, 아마 스스로에 대한 자책을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을 대할 때 스스로 미흡하게 대처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100% 자기 잘못일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늘은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구별하는 법'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1. '결'이 비슷한가
'취향'과 '결'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나는 '결'이 '성향'에 비해 좀 더 큰 범위를 가지고 있으며, '결' 안에 '취향'이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결'이라는 것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과 잘 맞다는 생각이 들면, 그들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존재한다.
'결'은 추상적인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흥미가 있는 특정한 대화 주제들, 하루 중 좋아하는 시간대 등등 평소에 잘 생각하지 않는 부분들까지 '결'에 해당된다. 대화를 할 때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말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대화의 공백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화창하고 햇살이 좋은 날씨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비가 내리는 날 특유의 착 가라앉는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결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맞추기 위해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우리가 친구나 연인, 가족들과 다투는 이유 대부분이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달라서라는 걸 알아야 한다. 때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걸로도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설거지를 하고 나서 그릇을 제대로 세워두지 않거나, 싱크대 안쪽에 묻은 물기를 제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도 대판 싸우기도 한다.
결은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선호하지 않는 것을 선호할 수는 있겠지만, 아예 반대로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결이 비슷한지, 나와 다른지는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뭔가를 함께 할 때 자꾸만 이유 모를 불편함이 느껴지거나,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든 적이 당신도 몇 번 있었을 것이다. 결이 다르더라도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당신과 타인 중 한 명은 반드시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만 한다는 것이다.
2. 서로 간에 '호감'이 존재하는가
호감이라는 건 꼭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만 존재하진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인간적인 호감이 존재하며, 이 호감이 서로 어느 정도는 있어야 관계가 자연스럽고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게 내 입장이다.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한 명이 다른 쪽보다 '더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을 때 발생한다. 또한 서로 호감이 있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호감을 표현하기 때문에, 상대가 당신의 호감을 호감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있다. 반대의 '결'을 가진 두 사람이 관계를 유지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두 사람은 서로의 호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평소에는 주는 것에 대해 대가를 바라지 않더라도, 가끔씩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느낄 때 당연히 보상심리를 느끼게 된다. 반대로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받기만 하는데 뭐가 힘들겠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의 배려가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분명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에 고마운 감정을 느끼겠지만, 지나친 배려는 다른 의미로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스토킹, 의처증(의부증)처럼 사랑이 지나쳐 발생하는 문제들처럼 배려 또한 정도를 넘어서면 상대를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서로 간의 호감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표현할지도 관계를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3. 'Give&Take'가 잘 이뤄지는가
여기서 언급한 Give&Take는 관계에서 나타나는 모든 것에 해당된다. 단순히 물질적인 가치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심도 여기에 포함된다.
앞서 언급한 2번으로 돌아가 보자. 만약 서로 간의 호감이 있는데도, 이 Give&Take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 한쪽만이 보고 싶어 하고, 약속시간을 정하고 만날 장소를 찾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크더라도 "왜 항상 나만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다. 만약 이 과정에서 당신이 상대에게 이런 서운함을 말했을 때 "난 원래 그래"라는 식으로 말한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추천한다. 사람은 누군가를 정말로 좋아하면 자신이 원래 선호하는 방식이 있더라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기 때문이다.
다시 3번으로 돌아와 얘기를 해보면, Give&Take에는 상대에게 쓰는 돈을 포함해 연락의 빈도나 던지는 질문의 횟수 등도 포함된다. 자신과 상대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6:4 정도로 Give&Take가 유지된다면 서로를 배려하고 관심이 있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7:3이나 8:2 등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진 관계라면, 그것은 건강한 관계라고 보긴 힘들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람이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상 내가 생각하는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구별하는 3가지 방법'에 대해 적어보았다. 비슷한 결, 서로에 대한 호감, 주고받음. 사실 너무나 당연한 말들이지만, 상대에 대한 감정이 커지는 순간부터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리면 꽤나 중요한 부분들이라 할 수 있겠다.
결국 이 3가지가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단 하나이다. 스스로의 삶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하라는 것이다. 당신이 매일을 즐겁게 보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간다면 인간관계에 휘둘리게 될 일은 매우 드물어진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누군가가 어느 날 당신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그와 알고 지낸 시간을 떠나 그런 행동을 한 사람과 결코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 사람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을 어디를 가든 만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든 이유 없이 주눅 들 일이 없다. 그렇다고 이 말이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란 말은 아니다. 예의 바르게 먼저 행동하되, 아닌 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현재 당신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분명 그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 머릿속에 있는 '그래도 혹시...'라는 생각을 떨치고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하라고 말이다. 허세나 어설픈 자존감이 아닌, 진정으로 당신이 당신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