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Mar 10. 2024

애매한 밀당 그만하고, 먼저 드러내세요


그런 말이 있다. "좋은 사람은 없다. 잘 맞고 안 맞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라고.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어렴풋이 이해만 했다. 이제는 저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안다. 나에게 최악이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겐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을 찾기보단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이 곧 좋은 사람이라는 것. 하지만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부터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남들 앞에 '진짜 나'를 드러낼 수 있냐는 것이다.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쉬워 보이면서도 어렵다.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알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설명하기도 하고, 반대로 힘들었던 과거를 먼저 말하기도 한다. 술에 취해야만 숨겨두었던 마음을 꺼내는 사람도 있으며 여럿이서 있을 땐 조용하다가, 단 둘이 있을 때 진솔해지는 사람도 있다.



잘 맞는다는 건, 단지 성향과 취향이 비슷한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서로의 진솔한 모습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도 여기에 포함된다. 방식이 다르더라도 그것을 서로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누군가에겐 귀여워 보이지만, 또 다른 이에겐 '왜 저래'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만들기도 한다. 이 말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에 정답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불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만 아니라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편하게 '먼저' 보여주는 게 잘 맞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부담감을 느낀다. 자신의 솔직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면서, 상대가 보여주지 않으면 '겁쟁이',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며 욕을 한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성향은 더욱 강해진다. 자기 자신부터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들면서 "나만 바라봐주는 사람이 좋아", "솔직한 사람이 최고지"라고 말한다. '네가 먼저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한번 그렇게 해보도록 고민해 볼게'라는 식으로 마치 자신이 상대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솔직한 사람'이라 칭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 중에선 정말로 거리낌 없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긍정적인 면'만을 드러내거나, 과한 솔직함으로 전보다 더욱 거리감이 느껴지게 만들기도 했다.



TV나 SNS 등에 자주 나오는 유명 인사들 중에서 '솔직함'으로 대중들의 호감을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드러내며, 그것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간혹 솔직함을 이유로 자기 자랑만 늘어놓거나, 반대로 힘들었던 과거를 끝도 없이 털어놓으며 상대의 공감을 얻으려는 사람도 있다. 하든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한말이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건 본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매번 같은 방식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데도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또한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냈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면 그러한 결과를 감수할 줄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드러내는 건 본인의 자유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방의 자유니까.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그럼 당신과 잘 맞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있는가. 당신이 호감을 느끼는 사람과, 당신과 잘 맞는 사람이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만약 다르다면, 당신은 선택해야 할 것이다. 호감을 느끼는 사람과 잘 맞기 위해 '자신을 바꿀지', 아니면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보는 눈을 바꿀지' 말이다. 2가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애매한 인간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받는 시간들만 늘어날 뿐임을 기억하라.


    

끝으로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말하면서, 정작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것.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픈 마음은 알지만, 결국 연기는 연기일 뿐이다. 언제나 자신의 상황이 좋을 순 없으며, 힘든 순간엔 누구나 본모습이 나온다. 우리는 그것을 똑똑히 볼 수 있어야 한다. 상대뿐만 아니라 나의 본모습까지 말이다.



좋은 사람,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답은 간단하다. 스스로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먼저 보여주어라. 싫어하는 이는 떠날 것이고, 좋게 봐주는 사람들만 남을 것이다. 누구나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상처받을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걸 기억하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