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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Dec 31. 2021

EP2. 세 아이 아빠의 육아법

첫째 녀석은 산타할아버지 존재를 믿는다고 뻔뻔하게 말한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산타할아버지가 보게 될 크리스마스 카드에 원하는 선물이 문구류 몇 번 코너에 있음을 알리며 제품번호까지 적을 기세다.

산타가 아빠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매년 크리스마스트리 밑의 선물은 흥정해야 하는 귀찮음을 아는 녀석이기에... 하지만 첫째 녀석의 배려가 고맙다.

한때는 그 녀석도 세상 천진난만한 아이였지만 언제 이렇게 커버린 능구렁이가 됐는지, 요즘 갖게 된 여유에 다시금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와 커피 한잔 기울이며 지난 과거를 회상한다.

"둘째는 천사처럼 새근새근 자는 아기였고, 셋째는 정말 머리 골이 울리게 울었잖아... 으휴"

그러면 그녀는 정색한다. 당신은 둘째가 얼마나 극성맞게 울었는지 모른다고... 당신은 그때 제일 바쁠 때였고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들어와서 둘째가 울던 말던 머리만 대면 골아 떨어지기 바빴다고...


아내의 핀잔에 반박하기는 힘들었다. 둘째가 태어날 때쯤 업무에 대한 나의 가치관은 '열과 성의'였고 진심으로 정열을 쏟고 있었다. 빠져도 될 자리에 빠지지 않았으며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모든 걸 떠안으려 했다. 별이 아직 지지 않은 새벽에 나가서 벌써 별이 뜬 밤에 귀가할 때까지 온 이성과 감정을 쏟아부었다. 때문에 집에서는 쓸 것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당연히 육아에 힘들다는 아내의 감정을 받아줄 여유가 없어 잦은 다툼이 있었다. 첫째는 기쁨을 주는 존재이지만 가끔 징징대기라도 하면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인 잣대로 다가가기 일쑤였다.

 

지금의 첫째가 반듯하게 성장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역시 첫째답네, 어쩜 저렇게 의젓하네 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기보다는 가슴이 아픈 건 내 탓이 크다. 천진난만한 둘째 째와는 다르게 바르게 행동하려는 우리 첫째를 보며 반성을 많이 한다. 조금만 더 빨리 여유를 찾았더라면... 감정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더 빨리 깨달았다면...

하지만 지금이라도 인지한 것이 다행이다. 부모품을 떠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그동안이라도 많이 품어주면 천진난만함이 다시 깨어날 것이다.


세 아이의 아빠지만 주위에서 우러러보는 육아전문가가 전혀 아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밖에서 힘들었다는 핑계로, 평일에는 녹초가 되었으니 주말에는 좀 쉬자라는 핑계로, 비상 걸렸으니 원격으로 일해야 한다는 핑계로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 아이들 옷가지가 어디 어디 들어있는지, 아이들 머리는 어떤 샴푸로 감기는지, 감기약은 물약과 가루약을 어느 정도로 섞어야 하는지 문외한 수준이다. 창피할 노릇이다... 


"둘째는 전설의 포켓몬이고, 셋째는 일반 포켓몬 피규어야"

아내가 못 미덥다는 듯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아직은 어설픈 세 아이의 아빠지만 그 정도는 안다. 너무 잔소리하지 마라. 하지만 실수하지 않도록 크리스마스 카드에 꼬불꼬불 써놓은 글씨를 한번 더 체크한다.

대형마트와 장난감나라를 가봤지만 둘째와 셋째가 산타할아버지에게 지정한 제품은 팔지를 않는다. 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23일 전에 도착하는 제품찾아봤지만 모두 해외배송이라 날짜를 맞출 수 없다. 난감하다. 할 수 없이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내는 몇번 뒤적이더니 23일 도착하는 배송으로 바로 주문한다. 역시 육아 전문가 아내다.


괜찮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제 여유라는 큰 도구가 생겼고, 조금씩 성장할 것이다. 육아 아마추어에서 육아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오늘 집에 도착하면 첫짝이 둘짝이 셋짝이, 모두 한 번씩 꼭 안아줘야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도.


 '당신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추신: 앞으로 아래 책 내용을 참고해서 육아 해볼 생각이야'

많은 부모님들이 이 책을 읽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덴마크식 교육법 따라 해 보기.

웰빙에 관한 유산 물려주기 (물질적 유산보다는 정신적 유산).

자유놀이를 많이 하게 하여 스스로 두려움 극복하게 만들기.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 주기.

결과보다는 과정과 노력에 칭찬해주기(재능이 아닌 노력에 칭찬해주기)

수식어로 고정관념 주입하지 않기. 예: 넌 내성적인 아이야(X), 넌 ADHD 증후군이 약간 있어(X), 넌 원래 똑똑한 아이야(X) 등등.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법 가르치기 (협동하기, 도움 주고 받기, 상대방의 다른 점 인정하기,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 갖기).

권위주의적 부모가 아닌 권위 있는 부모 되기(아이 말에 즉각적 반응하기, 아이에게 마지막 경고 멈추기, 아이의 생각 지지 하기, 규칙과 가이드라인 미리 설정해주기, 충격 요법이 아닌 아이의 특성에 맞는 훈육을 심사숙고하여 결정하기)

존중받기를 바라기 전에 아이를 먼저 존중해주기.

연대감을 키워 혼자보다는 함께 있는 순간에 집중하도록 하기(전자기기 끄기, 개인적 고민 잊기, 불만 꺼내지 않기, 음식과 음료 즐기기, 정치적 이야기하지 않기, 지나친 자랑 피하기, 경쟁하지 않기, 다른 사람 험담하지 않기, 가족 모두 할 수 있는 놀이하기, 우리 가족 주변에 사람들 사랑하기)

  (출처: "우리 아이,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저자: Jessica Joelle Alexander & Iben Dissing Sandahl)

 

'당신은 장황한 계획이라고 하겠지만 자세한 목록을 적어야 한걸음이라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고 시행착오 겪고 이루면 유지 해볼께~ 우리 같이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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