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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Dec 31. 2021

EP1. 잃는 것과 얻는 것

"니 뭐할라꼬?"

멀리 부산에서 들려오는 전화기목소리는 진심 걱정이 묻어 있다. 근 10년을 근무하며 나름 알고 지내는 분들 중 부산의 어느 회사 팀장님이다.

 

"네 그냥 좀 쉬어 보려구요~"

이미 여기저기 연락이 들어오던 터라 그 사정을 담대하게 편안히 훌훌 이야기했다.

 

"야야 니 내 요즘에 아래애들 사직서 몇  받은 줄 아나? 다섯 다 다섯 .

근데 내도 벌써 6개월 전에 사직서 냈따 아이가. 아직도 탈출 못하고 있데이.

니 어떻게 탈출했노? 축하한데이~"

 

"팀장님 감사합니다~ 근데 6개월 전에 사직서 내셨으면 그대로 눌러앉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하세요. 그리고 도저히 안 되겠으면 빨리 탈출하세요."

진심으로 축하해주셨고 진심으로 공감해 드렸다.


한가정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 주위사람들은 당연히 버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렇게 한숨을 쉬어 대지만, 모니터를 보며 머리털을 쥐어뜯고 있지만, 금요일 출근하여 월요일 퇴근한 것을 밑에 과장에게 들켰지만, ♬ 어디선가~누구에게~무슨 일이 생기면~~♪ 그게 밤이 됐건 아침이 됐건 주말이 됐건 회신 메일을 날리지만, 한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니까 그래도 버틸 줄 알았다고 한다.

결정이 그들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나 보다.


코로나로 자영업자도 힘들고 문을 닫는 기업도 많고 실직하시는 분도 많은 상황에서

그깟 조금 힘들다고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하지만 가족들과 나의 미래와 회사를 위해 버티고 버텼다. 이제 가족들과 나의 미래와 회사를 위해 그만둬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 피곤하고 자고 싶지만 아침이 싫어 잠들지 못하는 뒤척임, 커튼 사이로 밝아 오는 아침을 베개로 덮어보지만 틈새로 세는 아침의 부산스러움,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을 하나하나 빼내 처리해야 하지만 팔꿈치로 한구석에 밀어버리는 무기력함, 내시경에서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이 발견돼 의사가 "속 쓰림 없었어요?" 하며 물었지만 느낀 적 없다며 위랑 십이지장을 매일 쥐어짜면 그럴 수 있냐며 반문했던 정기 검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부엉이 아빠는 일을 냈다.  

가장이자, 사랑스러운 아내의 남편이자, 첫째가 이제 막 초등학교 6학년인 세 아이의 아빠이자, 노모의 듬직한 장남이자, 회사의 중추이며, 일선에서 가장 많이 뛰어야 하는 차장이며, 회사를 이끌어갈 미래지만... 사표를 던졌다.


사직을 통보하고 벌써 3개월이 넘어 간다. 후임 채용이 늦어졌고 이제야 인수인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항상 쫓기던 일상은 여유로운 일상이 됐다. 바쁨에 쫓기며 순간순간 담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던 수많은 점으로 연결된 일상을 이제 사진이 아닌 글로 써서 인화하고 었다. 그리고 팬을 들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두렵지만 또한 설렌다. 사고는 내가 쳤으니 내가 처리해야 한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토끼 같은 아이들을 위해서, 관계된 여러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를 위해서...

이전에 여유 없던 나라면 손사래를 치며 엄마한테 이야기하라고 했겠지만, 지금 둘째 셋째의 다툼에 솔로몬판결을 해줘야 한다. 다른 바쁜 일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 오늘도 직장에서 힘들어하시며 이글을 보고 계시는 아빠, 엄마들 아래 영상 보시고 힘내십시요.

퇴사결정하기 전 아래 영상을 봤으면 다른 결정을 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기원 하겠습니다.

(출처: 유투브 '제임스 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kvEiYjIX9RU&t=9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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