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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흠 Nov 20. 2024

바닷가는 습해서 못 살고, 산은 벌레 때문에 못 산다고

제주도에 입도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며 지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바다도 좋아하고 숲도 좋아한다. 인천에 살 때 하루가 멀게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동네에 살았던 적이 있다. 주말 대낮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밖에서 "쾅!! 콰광!!" 하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놀라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골목길에서 어떤 차가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연속으로 박으며 지나갔던 것이다. 놀란 사람들이 뛰쳐나와 상황을 살피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곧이어 경찰이 도착했는데 운전자와 보조석에 타고 있던 친구로 보이는 젊은 여성 두 명이 강아지를 안고 길바닥에 앉아 있었다. 처음 상태를 봤을 땐 술에 취한 듯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술보단 마약에 취한 상태 같았다. 큰 사고를 내놓고도 상황 인지를 전혀 하지 못하는 듯 보였고 초점이 없는 눈으로 바닥에 앉아 강아지만 쓰다듬고 있었다. 

하루는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 창문을 내다보니(이 창문이 영화관 스크린 같다..) 두 중년의 남성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한 동네 사는 이웃인데 서로 본인 집 앞에 쓰레기를 왜 버리냐고 싸우는 것이었다. 한 명은 본인이 버린 게 아니라고 하고 한 명은 여러 번 버리는 것을 봤는데 거짓말하지 말라며 싸웠다. 말싸움은 점점 고조되어 결국 육체 싸움으로 번졌다. 멱살을 잡고 서로 상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뛰어나와 말리면서 싸움이 끝이 났다. 

동네에 축구장이 딸린 공원이 있었는데 여름이면 노숙자들이 공원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고 누워있었다.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다니곤 했는데 사건 하나가 터졌다. 동네에 살던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학원이 끝나고 귀가하던 중 노숙자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었다. 이유는 어른을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술에 취한 상태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뺨을 때렸다고 한다. 그 충격에 아이는 밤길을 너무 무서워하게 되었고 집밖으로도 잘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어머님은 그 일을 겪은 후 호신술의 필요성을 느끼고 내가 운영하던 주짓수 체육관에 아이를 보내셨다. 

그 밖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내가 키우는 반려견을 산책할 때마다 "큰 개를 왜 키워!!", "저 놈 잡아먹으면 맛있겠다", "귀랑 꼬리는 왜 안 잘랐어요??"라며 시비를 거는 무지한 인간들 때문에 하루빨리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우리는 귤현동이라는 계양구의 작은 마을로 이사를 했고 집에서 걸어 나가면 아라뱃길과 사람의 발길이 드문 아름다운 숲길이 있는 동네였다. 특히 아라뱃길을 가기 위해 철도 밑 굴다리를 지나면 논길이 나오는데 계절마다 색이 바뀌는 그 논길은 매번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다. 지금도 가끔 그 동네가 그리울 때가 있다.

제주도에 살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왕 제주도까지 왔으니 로망이었던 바닷가 근처로 집을 구하려고 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너도나도 한 명도 빠짐없이 반대를 했다. 가뜩이나 습한 제주도에서 바닷가는 습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는 것이었다. 여름이면 습기 때문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곰팡이, 빨래를 해도 절대 마르지 않는 빨래, 습한 곳을 좋아하는 바퀴벌레 등 바닷가에 살면 안 되는 이유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중산간 지역은 안 습해??"

"아니 중산간도 습하지, 제주도는 어딜 가든 습해"

"그럼 중산간은 벌레 없어??"

"아니 풀이 많으니까 벌레가 더 많겠지"


그럼 위의 이유들은 바닷 가여서만 생기는 단점들은 아니었다. 그럼 바닷가에 살 때의 장점을 생각해 봤다. 

언제든 시원한 제주도의 푸른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할 수 있다. 언제든 집 앞 바닷가로 걸어 나가 맥주 한잔을 마시며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가끔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 나가 낚시도 할 수 있다. 애써 뷰 좋은 카페를 찾아가지 않아도 집 창문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 할 수 있다. 중산간에 풀어져있는 강아지들이 많은데 바닷가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강아지 산책하기 좋다. 등등 내가 바라는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 장점들이 많다. 그래서 우린 바닷가로 집을 구하기로 결정하고 애월부터 함덕까지 집을 알아봤다. (집 구하는 내용은 이전 글에 올려놨다) 

제주도로 이주한 지 어느덧 10개월이 지났다. 극한의 습도를 자랑한다는 여름도 겪어봤다. 결과는 어떠냐고??

대만족이다. 내가 바라던 라이프스타일에 너무 잘 맞고 하루하루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걱정했던 습도는 사람들이 겁을 너무 많이 줘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인천도 바다가 가까워 여름이면 말도 못 하게 습한데 인천과 비교해서 조금 더 습한 정도라 크게 차이를 느끼진 못 했다.(물론 개인차가 있다.) 집을 잘 구해서 그런지 제습기를 틀지 않는 날도 많았다. 1층 구옥에 사는 친구들 집을 놀러 가서야 왜 제습기를 하루종일 틀어놔야 되는지 알게 되었다. 1층 구옥은 365일 곰팡이와의 전쟁이었다. 제습기를 아무리 틀어놔도 스멀스멀 곰팡이가 올라왔다. 

바퀴벌레는 피해 갈 수 없었다. 특히 동네 곳곳에 클린하우스가 있기 때문에 여름이면 바퀴벌레들이 클린하우스 주변으로 정말 많이 보인다. 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원하지 않겠지만 제주도에 살겠다 마음먹으면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이기에...

제주도로 이주하거나 제주 1년살이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걱정하지 말고 바닷가에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해 주는 말도 좋지만 각각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겪어보는 게 가장 좋다. 그래야 나중에 미련도 없다. 바닷가에 살아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이사를 하면 된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다가 경험도 못해보고 죽으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어딜 가든 장단점은 있다. 완벽한 동네, 완벽한 집은 없다. 본인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하면 된다.

제주도에 이사 올 때 이사를 맡겼던 이삿짐 센터 사장님도 제주도에 여행 왔다가 제주도가 너무 좋아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바닷가에 안 살 거면 뭐 하러 제주도에 살아?!"

라고 하신 말씀이 처음 이사 올 때의 불안감을 한 번에 날려줬었다. 

제주도에 와서 친해진 지인은 숲 속 깊은 곳(?)에 있는 집을 구해서 살고 있다. 매일같이 동네 고양이들과 노루가 찾아온다고 한다. 동네 산책을 할 때면 고양이들이 졸졸 따라와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된 것 같다고 한다. 그렇게 동식물과 어울리며 자연 속에 푹 담가져 살고 있는 삶이 너무 좋다고 한다. 물론 집에 외국에서나 볼법한 대왕거미, 지네, 개미 등 온갖 벌레가 들어와서 기겁할 때도 많다고 한다. 집에 거주하시는 고양이님들이 어찌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한다. 

나는 다음에 이사를 해도 바닷가로 집을 구하고 싶다. 그럼에도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는데 이효리 덕분에 유명해진 소길리 근처에 있는 장전리라는 동네다. 혼자 제주도에 여행 왔을 때 P답게 아무 계획이 없는 날이 많았다. 그때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의 식당을 지도 어플에서 랜덤 하게 찍어서 찾아갔었다. 그때 우연히 갔던 곳이 장전리라는 동네인데 한적하고 살기 좋은 동네라고 느꼈다. 동네를 걸으며 구경을 했다. 살아보고 싶은 예쁜 집들, 집밥처럼 반찬이 잘 나오는 밥집, 특히나 인상 깊었던 하우스 형태의 음악학원 등 동네 곳곳에 재미요소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소품샵을 하는 사장님 말로는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제습기 없이 살 수 있는 동네가 장전리라고 한다. 그만큼 여름에도 습하지 않아서 살기가 좋다고 한다. 조용한 시골 동네이기에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은 포기해야 하지만 차만 있다면 시내도 금방 나갈 수 있는 위치다. 아직 바닷가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기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장전리는 한번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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