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한 스컹크 Feb 25. 2024

품고 있는 날개

학교 시작

다 같이 도서관에 가서 학교이메일 로그인 하는 방법, 

학교 사이트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프린트하는 방법 등을 배우고 각자 시간표를 출력했다. 

1학기는 주요 과목들로 학교에서 미리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였다. 


이제 밖에 나가서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피자나 핫도그 등을 먹고 

교내도 둘러보고 다른 친구들도 사귀라고 하면서 교수님들은 우리를 풀어주었다.

학교 건물 뒤에는 커다랗고 넓은 주차장이 있었고 그 한참 뒤로는 기숙사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피자, 다른 한쪽에서는 핫도그, 음료 등 편하게 음식을 가져갈 수 있게 마련돼 있었다. 


무엇을 먹을지 돌아다니고 있자 아까 인사한 자메이카친구(J), 인도친구(K), 영국친구(R) 그리고 영국친구의 남편(S)이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밴드가 라이브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참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서로 연락처도 주고받고 

얼굴책으로 친구도 맺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에 와서 퇴근한 홈스테이 호스트 J와 학교는 어땠는지 친구는 사귀었는지 등 이야기를 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다. 

J는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를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면 영어도 늘리 수 있고 새로운 인맥도 쌓을 수 있으며 본인이 일하고 있는 도서관처럼 공공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나중에 코업(Co-op)을 찾을 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캐나다에서 봉사활동을 하려면 Police reference Record Check이라는 

한국말로 하면 범죄조회서(?)를 경찰서에 가서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런 서류는 보통 신청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미리 신청을 해서 서류를 가지고 있으면 원하는 봉사활동 자리가 나왔을 때 빨리 지원할 수 있으니 미리 신청하는 것을 추천해 주었다.

(이때에는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없었다. 현재는 온라인으로 신청 가능하다.)


학교가 시작되고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 번은 랩실(Lab)에서 이루어지는 실습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나는 교실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는데 한 금발의 백인 여자아이가 문 쪽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너도 이 수업을 듣냐며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그렇다고 나는 대답했고 서로 이름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두 명의 백인 남, 녀가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이 친구들도 우리 반이었다.

나는 세명의 백인들에게 둘러싸여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앞으로 목표가 무엇인지 등 질문세례를 받았는데 

토익에서 듣던 또박또박의 영어가 아닌 본인들이 쓰는 줄여 쓰는 말과 은어들이 합쳐져서 속사포의 랩들이 마구 쏟아졌다. 

미드나 티브이에서 나오는 영어들도 다 천천히 말해주는 것이었구나.

나는 더듬더듬 대답하며 또다시 땀으로 샤워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교실 문이 열리고 교수님은 나를 구해주셨다.(감사합니다!)

숨을 내쉬며 땀을 닦는 나에게 백인 남자애가 웃으며 잘했다고 어깨를 토닥토닥 두들겨주었다.


안경학과의 장점 중 하나는 실습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상대적으로 영어가 편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실습수업이 많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영어의 비중보다는 실력과 손으로 증명하며 점수를 받는데 영어의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면서 점수는 잘 받을 수 있다. 

단점은 위험한 기계나 화학물질을 써야 할 때에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안전과 연결될 수가 있다.


한 번은 중국 친구가 나에게 질문을 했는데 서로 영어를 못 하니 못 알아듣고 못 말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갑자기 내 머리를 안경 만드는 기계 안에 넣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놀래서 뒷걸음질 치며 소리를 질렀고 놀란 교수님과 친구들이 뛰어왔다.

중국친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안경렌즈를 다 만들어서 꺼내려고 했는데 이미 안경렌즈가 기계에서 나와서 떨어졌는지 안 보인다는 것이었고 이걸 설명하지 못해서 내 머리를 일단 기계 안에 넣은 것이었다.

내가 학교에 입학한 것도 신기하지만 이 친구가 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실습수업은 그만큼 교수님도 예민한 수업이었기에 지켜야 하는 룰이 있었다.


첫째, 늦지 말 것.

중요한 설명을 두 번 이상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므로 수업이 시작하고 5분이 지나면 교실문은 잠겼다.

수업을 두 번 이상 빠지면 학교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자동 Fail 이 돼서 F처리가 되고 

그 수업은 다음에 다시 들어야 한다. 실습은 주로 실습 1, 실습 2 이런 식으로 시간표가 짜여있는데 

실습 1 수업을 이수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에 실습 2는 당연히 들을 수 없다. 

즉 졸업이 늦어진다.

나처럼 비자가 정해져 있는 국제학생은 졸업이 늦어지면 비자가 꼬이며 살짝 골치가 아파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제때 수업들을 마치지 못하면 실습(Co-op)이 늦어지고 실습이 늦어지면 졸업이 늦어지고, 졸업이 늦어지면 안경사 자격증 시험이 늦어진다. 

그렇게 되면 나이가 많은 나는 이민을 신청할 때 불리해진다. 

나이는 이민시 점수와 직결되는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둘째, 먹지 말 것.

커피나 물을 마시는 것은 허락되지만, 음식을 먹는 것은 안된다.


셋째, 떠들지 말 것.

교수님이 앞에서 중요한 설명을 하는데 떠들면 듣지 못해서 자칫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집중할 것.


아침 첫 수업이 랩수업이 있으면 나는 혹시라도 늦을까 긴장해서 잠을 잘 자지 못 했다.

수업에 늦어 제적처리 당하는 반친구들을 많이 봐서였을까.


우리 과는 인도인이 30%, 중국인이 30%, 캐네디언이 38%, 한국인은 나 한 명, 베트남 친구 한 명으로 이 정도의 인구 비율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아이를 위한 돈 개념 심어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