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고 있는 날개
무사히 한 주를 마치고 금요일이 되었다.
수업 후 기진맥진 거실에 쓰러져있는 나에게
퇴근 후에 만난 홈스테이 호스트 J는 토요일에 같이 저녁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베리에서 아침에 눈을 뜬다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내가 살고 있는 홈스테이는 다운타운 근처에 있었는데 심코호수가 근처에 있었다.
아침이 되면 따스한 햇살이 방으로 들어왔고 심코호수(Lake Simcoe)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제트보트를 타는 소리, 개인 보트를 타며 뱃고동 소리를 울려주었고, 제트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여름에 배리는 물소리가 많이 들려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반면에 토론토에 다운타운에 살 때에는 밤 새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에 잠을 잘 자지 못 했다.
주위에서는 항상 파티를 하며 시끄러운 소리와 마리화나, 담배 냄새에 힘든 적도 많았다.
가끔 미친 사람이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소리도 있었다.
배리와는 다른 세상 같다.
일찍 눈이 떠져서 나도 가볍게 운동복을 입고 심코호수 주위를 뛰었다.
귀에는 브루노마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어폰을 꽂고
언젠가는 이렇게 목소리가 멋있는 외국 남자친구를 만들 것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달렸다.
눈이 마주치는 이웃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운동을 마친 후 집에 와서 씻고 방을 정리하고
일주일치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캐나다에도 많은 종류의 마트가 있다.
값이 비싼 대신 과일의 맛이 좋고 퀄리티가 좋은 물건을 파는 Longos, 홀푸드, Costco
한 단계 밑의 퀄리티를 파는 Metro, Lablows, Food Basics, Freshco, Walmart
가장 낮은 품질을 파는 nofrills가 있다.
나는 nofrills에 가서도 50% 세일이 붙어있는 제품만 샀다.
이런 제품의 과일이나 고기는 상하기 직전의 물건들이었다.
그래도 돈을 아껴야 했기에 주로 저렴한 물 건들 만 샀다.
30분 버스를 타고 가서 장을 보고 다시 30분 버스를 타고 큰 언덕을 올라가면 집에 도착했다.
일주일치 장을 보고 무거운 짐을 양손 가득 들고 언덕을 올라와
집에 도착하면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거실에 10분은 대자로 뻗어있었다.
사 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숙제를 하다가 저녁시간이 돼서 홈스테이 호스트 J와 저녁식사를 했다.
집에서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해서 밥을 먹으며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곤 했다.
나는 경찰서에 가서 Police Reference Check을 신청한 이야기도 하고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 등을 했다.
그러자 J는 매우 반가워하며 본인이 폴리스체크를 그동안 많은 홈스테이 학생들에게 말해줬는데 아무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며 좋아했다.
당연히 나에게 조언을 준 것이니 나는 그 말을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했더니
기뻐하며 앞으로 더 많은 정보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에서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나는 영주권을 받는 게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J는 갑자기 돌변했다.
캐네디언들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는지 아느냐고.
본인들이 낸 세금으로 너 같은 애들이 이민 와서 공짜로 의료시스템을 받는 게 제일 싫다며.
거기에다가 너 같은 애들이 괜찮은 남자 다 뺏어가서 남자가 없다며.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된다고?
속으로 깜짝 놀랐다.
나는 최대한 설명했다.
그냥 목표가 그렇다고.
너도 알잖아.
영주권 받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그냥 최선을 다해서 학교생활을 하다가 영주권이 잘 안 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그러자 다시 다른 사람이 된 J는 안도하며 온화해졌다.
그렇구나.
그래도 네가 캐나다에서 잘 되길 바라.
하며 웃었다.
거짓말하네.
나는 속으로 욕하며 앞으로 J에게도 입조심해야겠다 생각했다.
믿을 사람 아무도 없는 캐나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