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고 있는 날개
얼굴책의 메신저로 누가 메시지를 보냈다.
"누구지?"
이름을 확인해 보니 인도남자 A였다.
-A: 안녕.
-나: 어. 안녕.
-A: 지금 뭐 해?
-나: 학교에 갈 준비하고 있지.
-A: 그럼 학교에서 보자.
-나: 그래.
뭐야.
학교에서 만난 A는 무뚝뚝했다.
나는 먼저 말을 걸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다가가서 인사했다.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러자 A는 무뚝뚝하게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뭐야?
진짜 이상한 놈이다.
학생비자가 얼마 안 남았기에 돈을 주고 다시 학생비자를 신청해야 했다.
혼자서 비자업무를 처리한다는 게 무서웠다.
한국에서 유학상담을 해주던 과장님은 혼자서 해보라며 더 이상 도와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토론토에서 같이 살던 친구는 유학원이 토론토에도 오피스가 있었고 그 오피스에 자주 방문해다.
현지에 유학원이 있다는 건 좋았다.
처음 와서 모르는 유학생들을 한 번에 데리고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캐나다에 행사가 있을 때 유학생들을 위해서 행사를 참여하게 해 줬다.
예를 들면, 세인트 페트릭스데이(St.Patrick's Day)에는 유학생들을 펍에 데려가서
그날만 즐길 수 있는 초록색 맥주를 즐길 수 있게 해 준다던지,
한국 날짜로 추석일 때는 오피스에 한국음식을 잔뜩 해놓고 유학생들끼리 어울리며
외로움을 달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본인들이 연결해 주는 홈스테이가 마음에 안 들 경우(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다른 홈스테이로 연결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었다.
현지에 유학원이 없고 친척도 없는 나 같은 처지는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힘들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유학 왔던 시절에는 그랬다.
친구는 나를 데리고 본인 유학원에 데리고 가서
본인 학생비자 연장 할 때 나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본인들 담당 학생이 아닌 내가 떨떠름했던 담당 직원은
비자대행 업무 페이를 하고 서류를 작성해 오면 비자연장 업무를 해주겠다고 했다.
서류에는 한국에서 나온 학교, 회사 등에 관해 작성해야 했다.
언제부터 다녔고 언제 그만두었는지 혹은 졸업했는지 등 작성해야 하는 문항수도 많았다.
돈도 지불하고 비자를 받을 집 주소도 확인하고
주말 동안 토론토에서 일을 부지런히 마치고 다시 배리로 왔다.
내가 살고 있는 홈스테이는 마당도 있고 집이 이층으로 되어있어서 당연히 하우스인 줄 알았다.
혹시나 해서 홈스테이 호스트 J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비자신청을 해서 이제 우편으로 받아야 하는데 우리 집 하우스 맞지? 주소 이상 없지?"
J는 내가 내민 주소를 보더니
"아니? 우리 집 타운하우스야. 우리 집은 #1을 붙여줘야 우리 집 우편으로 제대로 올 거야.
넘버를 안 쓰면 어느 집으로 갈지 몰라. 총 4집이 있거든."
"뭐라고?"
당연히 하우스인 줄 알았던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월요일이 되길 기다리고 월요일 오전 9시가 되자 비자업무를 부탁했던 유학원에 전화를 했다.
주소를 변경해야겠다고.
그러자 담당자는 노골적으로 귀찮음과 싫다는 짜증이 가득 섞인 말투와 목소리로 내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한 달 정도 후에 비자를 받았다.
졸업하는 날에 맞춘 비자가 아닌 졸업하는 달 보다 3개월이 모자란 비자를.
나랑 같이 비자를 신청했던 친구는 아무 이상 없이 잘 받았다.
내 비자만 업무처리를 이렇게 대충 해줬다.
전화해서 물어봐도 담당자는 그럼 내가 직접 하지 왜 본인에게 시켰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이었다.
나는 모든 돈을 다 내고도 혼났다. 억울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이 사람이 졸업날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신청한 것이었다.
그리고 학교 안에 있는 국제학생을 위한 International Student Office에서 무료로 비자업무를 도와준다.
내가 직접 비자업무를 하며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
다음번 비자를 연장할 때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나처럼 다른 사람에게 비자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경우에는
비자를 신청할 때마다 그 많은 정보들을 다시 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