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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Apr 13. 2024

홈스테이 호스트

품고 있는 날개

홈스테이 호스트 J는 내가 캐나다 생활을 최대한 즐길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낮에는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도

주말에는 나에게 캐나다 생활을 알려주고 싶어 했다.


홈스테이 호스트 J의 부모님은 어린 시절 이혼했다.

그리고 두 분 모두 재혼해서 잘 살고 있다.

아빠 T는 은퇴한 간호사 R과 살고 있었고

엄마 L는 R과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두 분 모두 은퇴한 상태였고 T의 취미는 요트였다.

크지는 않지만 아담한 요트를 가지고 있었고 날이 좋은 주말에는 

요트를 가지고 물 위에 있는 시간을 즐겼다.

덕분에 나도 요트를 운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루는 요트를 타러 가자고 했고 우리는 차를 타고 제법 멀리 갔다.

요트를 왜 이렇게 멀리 정박시켜 놓았냐고 물어보았다.

집 주변에 심코호수 주변에 정박해 놓으면 가까우니 더 자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요트는 관리비가 많이 드는데 특히 정박시켜 놓는 주차비(?)가 멀수록 저렴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차를 타고 30분 이상 온 것이고

그리고 이렇게 멀수록 더 멋진 자연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오랜 시간 요트를 관리해서 그런지 요트를 타러 간 곳에 사람들과 모두 친했다.


우리는 요트를 호수 한가운데에 세워놓고 물에 들어가서 수영도하고

물 위에 둥둥 떠있으며 놀았다.

시원하게 살짝 얼려놓은 맥주는 꿀맛이었다.

밖에서 알코올을 마시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므로

T가 직접 만든 맥주 가리개에 넣어서 마음 편히 마셨다.

연필꽂이에 겉은 캐나다 모양의 천으로 감싼 통이었다.


나는 J와 아빠 T에게 멋진 부녀사진을 주고 싶어서 열심히 휴대폰 카메라를 눌렀다.


여름에 우리는 요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 해 겨울에 요트를 팔아야 한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더 이상 요트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내린 T의 결론이었다.

T는 너무 슬퍼했다.

나는 J에게 

"재혼한 R이 간호사인데 도와주면 안 돼? 간호사는 은퇴연금이 많다고 들었는데."

하고 물어보았다.

독립심이 강한 T는 R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엄마 L은 술을 좋아했다.

그래서 나와 죽이 잘 맞았다.

L과 R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며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살고 있었다.

옆 집과 한참 떨어져 있는 동네에서 살았는데 내가 느낀 느낌은

산속에 혼자 있는 하우스 같다.

그리고 차 없이는 못 오겠다.


집 뒤에는 숲 속이 있었다.

거실은 통유리로 되어있었고 뒤에 숲 속이 보였다.


부지런한 R은 항상 집을 고치고 꾸미고 있었다.

새로 레노베이션한 키친을 자랑하기도 하고 

겨울을 위해 벽난로를 새로 만들고

나무를 태우며 우리는 그 주위에 앉아 와인을 마시기도 했다.

우리 주위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항상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각자 두 가정은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 홈스테이 호스트 J와 나를 초대해 주었다.

호스트 J의 친척들도 만나며 인생에서 제일 북적대는 홀리데이를 보낼 수 있었다.

혼자 동양인이라 튀었는지,

J의 홈스테이 학생이라 관심을 가져준 건지

친척들은 모두 나에게 친절했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한국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다.

그때 한국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는 

김치, 북한 이야기가 전부였다.


내가 이런 따뜻함과 행복함을 느껴도 되는 걸까?

한편으로는 이런 경험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그리고 항상 마음 한편에는 이런 좋은 경험과 따뜻한 사람들을

나만 알고 있는 게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친오빠와 같이 왔다면 좋았겠다.

오빠도 고양이 좋아하는데.

오빠는 오늘도 혼자 외롭게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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