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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Sep 09. 2022

투전도 (김득신)

잘못된 공부는 해롭다

투전도(鬪錢圖) - 김득신 (출처 : 공유마당 CC BY)



잘못된 공부를 선택한다면 아무리 전력을 다하더라도 해로울 뿐이다

(위정편 攻乎異端, 斯害也已 공호이단 사해야이)


 기독교에서 종종 사용되는 ‘이단(異端)’이라는 단어는 《논어》의 위 구절에서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단은 전통적인 종교의 교리에서 벗어나 변칙적인 입장을 내세우는 주장이나 단체 또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기독교의 경우, 다른 종교를 이교(異敎)로 부르기 때문에 이단이란 같은 신을 믿지만 다른 교리를 내세울 때 주로 사용됩니다.


 과거에는 당나라와 고려의 강성 유학자들이 불교와 도교를 모두 이단으로 선언하였습니다. 그들은 깨달음을 위해 세상과 등을 지는 불교와 불로장생처럼 상상력이 지나친 도교를 배척하고, 합리적인 유학을 배워야 나라가 산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지나치게 득세한 종교의 부정적인 측면이 야기한 결과입니다. 고려만 하더라도 승려가 재산을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 경제 활동에 몰두하거나, 권세가들에게 뇌물을 주고 절을 거래하거나, 가정을 꾸리는 무리들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세금과 요역(徭役, 나라에서 부과한 노동의 의무)을 피하기 위해 승려가 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종교의 부정적인 측면은 개혁의 발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개혁으로 탄생한 나라가 바로 조선입니다.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체계를 따르자면 위의 상황은 이교가 맞겠지만, 조선에서는 이단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단이라는 단어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였다는 예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자가 언급한 이단은 무엇일까요?


 춘추전국시대는 주나라의 봉건제도가 무너지면서 붙은 이름입니다. 주나라의 천자가 임명한 제후들의 후손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천자보다 강력한 힘을 얻게 되자 중국이 분열에 휩싸였습니다. 제후들은 서로의 영토를 탐하며 수시로 전쟁을 벌였습니다. 천자도 혈통은 이어갔지만 힘이 약해서 제후들의 눈치만 보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봉건제도라는 체제가 잘 잡혀 있던 주나라 초기에는 안정적인 문화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가 되자 그 흐름은 깨지고, 흩어지고, 점점 사라졌습니다. 공자는 자신의 이상 세계로 주나라 초기를 상정했습니다. 그는 주나라의 정돈된 문화를 따르겠다고 말하며 부지런히 자료를 모으고 탐구하였습니다. 공자는 그 문화가 안정과 평화의 지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공존에 위협이 되거나 상식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상을 이단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단은 다양한 생각의 반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정과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기준에서는 세상에 해가 될 뿐입니다. 결국 공자가 말하는 이단을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전은 기름을 발라 빳빳하게 만든 종이에 그림이나 숫자를 넣어 만든 놀이 기구입니다. 길이는 10 ~ 20cm 사이고 너비는 2 ~ 3cm 정도 됩니다. 한 벌이 25 ~ 80장으로 다양했는데 보통 40장을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게임방식이 다양하고, 도박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요즘의 화투와 닮았습니다. 정확히 언제 조선에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18세기에 널리 퍼졌습니다. 당시에는 신분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투전을 즐겼다고 합니다, 건전한 놀이로 시작되었던 투전은 점차 도박성이 확대되었고, 급기야는 전문 도박단까지 생기고, 노름으로 재산과 집까지 잃어버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의 폐해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왜 김득신이라는 화가가 김홍도, 신윤복과 함께 조선 후기의 3대 풍속화가로 소개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인물들의 복식과 몸짓에 꽤나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투전을 내미는 손, 어느 것을 선택할지 고심하는 손, 다리에 얹힌 안정적인 손 그리고 뒤로 빠져서 눈치 보는 손 등이 표정과 한마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배경은 실내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처리하였습니다. 다만, 오른쪽에는 요강이 있는 걸로 보아 이들은 당분간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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