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우 아빠 Sep 15. 2022

창해낭구 (김홍도)

군자는 조화롭게 살아가지만 불필요한 무리에 휩쓸리지 않는다

산수일품첩의 창해낭구(滄海浪鷗) - 김홍도(출처 : 공유마당 CC BY)


창해낭구(滄海浪鷗) - 김홍도(출처 : 공유마당 CC BY)


하루 종일 무리를 지어 모여 있더라도, 오가는 말이 바르지 못하고 잔꾀를 부리기만 좋아한다면 난처한 일이다. 

(위령공편 群居終日 言不及義 好行小慧 難矣哉 군거종일 언불급의 호행소혜 난의재)


 사람은 여럿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야생 동물처럼 혼자서 살아가기 힘듭니다. 기본적인 먹는 것과 입는 것부터 혼자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이웃이 없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권력이 높아도 다 소용없습니다. 잘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안정이 우선입니다. 


 안정적이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전하고 현명한 집단 지성이 필수입니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사회와 국가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조한 출산율은 급격한 인구 감소를 초래하고, 사회의 생산성과 경제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습니다. 결국에는 국가의 존립이 걸린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자는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진전은 바른 생각과 협력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위 구절과 비슷한 내용으로 유명한 고사성어가 화이부동(和而不同)입니다. "군자는 조화롭게 살아가지만 불필요한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소인은 무리를 만들 뿐 조화롭게 살아가지 못한다."(자로편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에서 온 말입니다. 이 구절에서 화(和)는 합리적인 화합을, 동(同)은 주관이 없는 동조를 뜻합니다. 




 김홍도는 누구나 인정하는 조선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중인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강세황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림을 배웠습니다. 명망이 높은 스승이 인정할 만큼 그는 천부적인 소질로 20대에 이미 최고의 화가로 알려졌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도화서 화원이 되어 영조와 정조의 어진(御眞 왕의 초상화)을 그리는데도 참여하였습니다. 어진은 당대 최고의 화가들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사물들을 똑같이 그려내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고 합니다. 서당이나 씨름 같은 풍속화로 요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김홍도는 모든 종류의 그림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뽐냈던 조선 후기의 대표 화가였습니다. 그의 30대 시절은 그림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집안에 가득하여 밥을 먹고 잠을 잘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김홍도는 준수한 외모에 건장한 체격 그리고 성격까지 좋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악기에도 재능이 있었고, 서예와 글을 짓는 능력까지 겸비했으니 모든 걸 다 갖춘 사람인 셈입니다. 그림 실력만으로 한 마을을 다스리는 현감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비록 높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가문을 일으킨 사람이 된 셈입니다. 다만, 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끼니를 굶을 정도로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홍도는 다양한 기법으로 후대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고, 현재까지 약 300 여 점의 그림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창해낭구(滄海浪鷗)〉는 한자를 하나씩 풀이해보면, 큰 바다(滄海)에 파도(浪)와 갈매기(鷗)란 뜻입니다. 보이는 소재를 그대로 이름으로 지어서 독특하게 발음되지만 제목의 맛은 없습니다. 파도가 출렁이다가 기괴하게 생긴 바위에 부딪쳐 물거품을 만듭니다. 새들은 바위를 집처럼 여기며 오가고 있습니다. 바다의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무리를 지어 앉아 있는 새들은 비교적 파도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입니다.  이들은 무슨 얘기를 나누며 앉아 있는 걸까요?


 그림에 제목이나 혹은 어울리는 글귀를 적는 것을 화제(畫題)라고 합니다. 또는 시와 같을 문장을 적으면 시제(詩題)나 제시(題詩)라고도 부릅니다. 김홍도는 비슷한 바다 그림 두 점에 같은 화제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두 그림에 같은 제목이 붙었습니다. 하나는 하나의 돌 위에 검은색으로 그린 갈매기만 그려져 있고, 다른 하나는 세 개의 돌 위에 두 가지 종류의 다른 새가 있는 그림입니다. 화제를 풀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고 오는 것처럼 보이는 먼 섬이 한가로움을 이기지 못하는구나.(往來幽渚不勝閑 왕래유저불승한) 

이전 19화 왕죽도 (김정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