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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Sep 18. 2022

포의풍류도 (김홍도)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 - 김홍도 (출처 : 공유마당 CC BY)



안회는 정말 대단하구나.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만으로도 누추한 곳에서 잘 사는구나. 사람들은 그런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는데, 오히려 안회는 즐기며 바꾸려고 하지 않는구나. 안회는 정말 대단하구나. 

(옹야편 賢哉回也 一簞食一瓢飮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 현재회야 일단사일표음재루항 인불감기우 회야불개기락 현재회야)


 안회는 공자가 가장 아끼던 제자였습니다. 《논어》에 나온 후 흔히 쓰이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공야장편 回也聞一以知十 회야문일이지십)는 말의 주인공이 바로 안회입니다. 이 말은 공자의 또 다른 제자였던 자공이 안회를 평가한 문장입니다. 공자는 이러한 평가에 한술 더 떠서 자신도 안회만 못하다고 자공에게 얘기하였습니다. 똑똑하고 열정이 가득하고, 겸손한 제자를 스승이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안회는 아버지를 따라서 공자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부자가 모두 공자의 제자였습니다. 그래서 공자와 나이 차이가 30살이나 납니다. 《논어》에는 안회를 향한 공자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구절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위 구절은 가난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칭찬입니다. 공자는 ‘등용되면 자신의 뜻을 펼치고, 그렇지 못하면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도 잘 살아갈 사람은 자신과 안회’(술이편 用之則行 舍之則藏 惟我與爾有是夫 용지즉행 사지즉장 유아여이유시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공자는 상황에 따라서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람으로 자신과 안회를 꼽았습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제자의 수준이 이미 자신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종종한 셈입니다. 제자에게 이보다 더 큰 칭찬은 없습니다. 


 공자는 정치가가 되기를 희망했고, 제자들에게도 실력을 쌓아 관료가 되라고 응원하였습니다. 그것이 사회와 나라와 세상을 안정시키는 방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천자와 제후는 혈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능력이나 자질이 지속적으로 우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튼튼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르고 현명한 정치가가 필요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귀족 가문에서 배출되었습니다. 그들만이 정치가에게 필요한 자질을 함양하는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귀족들이 세습하던 정치를 바꾸려고 하였습니다. 출신에 관계없이 능력으로 등용되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정치가가 되려 했던 꿈이 좌절된 이후에는 제자들을 통해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려 했습니다.

 

 공자는 평상시에 ‘군자는 도를 걱정할 뿐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위령공편 君子憂道不憂貧 군자모도불모식)는 말로 제자들을 격려하였습니다. 이왕 그의 제자가 되었다면 농사를 짓는 평범함보다 학문을 통해 큰 사람으로 성장하길 원했습니다.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는 김홍도가 자신을 모델로 그렸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그림에서 인물이 악기를 연주하고, 소품으로 등장하는 붓과 벼루 그리고 두루마리를 보고 짐작할 뿐입니다. 맨발의 선비는 여러 가지 사물을 주위에 흩트려 놓고 악기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손가락의 움직임은 유연하며, 표정은 담담합니다. 연주하는 악기는 비파이고, 생황도 발 앞에 놓여 있습니다. 무기로 쓰이는 검도 곁에 있으니 다재다능한 사람이거나 취미로 물건을 수집하는 사람 같습니다. 


 그림의 제목에서 포의(布衣)는 본래 베로 만든 옷인데, 벼슬이 없는 선비를 상징합니다. 풍류(風流)는 멋진 경치나 멋지게 노는 태도를 뜻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포의풍류는 ‘벼슬이 없는 선비가 멋지게 논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 제목은 그림의 왼쪽에 쓰인 화제에서 왔습니다. 중국 명나라 때 지어진 《암서유사(巖栖幽事)》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을 화제로 삼았습니다. 화제는 ‘종이로 창문을 만들고, 흙으로 벽을 쌓은 곳에서 내 몸이 다할 때까지 벼슬 없이 지내며 시를 짓고 읊으며 살겠노라.’(紙窓土璧 終身布衣 嘯咏其中 지창토벽 종신포의 소영기중)입니다. 그림의 속에 선비는 유유자적하게 살겠다고 선언한 셈인데, 주위의 사물들은 모두 당시에 귀한 물건으로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가질 수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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