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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Sep 16. 2022

평안감사향연도 (전 김홍도)

닭은 잡는데 어찌하여 소 잡는 칼을 쓰느냐

평안감사향연도 중 부벽루연회도(浮碧樓宴會圖)  -  전 김홍도(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평안감사향연도 중 부벽루연회도(浮碧樓宴會圖)  -  전 김홍도(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공자는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다가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다시 부르게 하였다. 그런 후에 따라 불렀다.

(술이편 子與人歌而善 必使反之 而後和之 자여인가이선 필사반지 이후화지)


 공자가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배우기에 얼마나 망설임이 없었는지 생생합니다. 공자는 곡을 하는 날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고 합니다.(술이편 子於是日哭 則不歌 자어시일곡 즉불가) 곡이란 장례식이나 제사에서 슬피 우는 큰 울음소리를 말합니다. 곡을 하는 날에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곡을 하지 않은 날에는 매일같이 노래를 불렀다는 말과 같습니다. 어느 정도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공자가 평상시에 노래를 얼마큼 즐겨 불렀는지 전해지는 대목입니다.


 당시에 불리던 노래의 일부는 《시경》이라는 책으로 남겨져 전해지고 있습니다. 본래 3,000여 편 정도의 시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공자가 311편으로 추려서 정리한 책이 《시경》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는 민간에서만 전파된 것이 아니고 궁중음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에 곡조를 붙이거나 음악에 시를 넣으면 자연스럽게 노래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가사에 해당하는 시를 잘 알아야 했습니다. 시는 노래이면서 동시에 문학이었습니다. 공자는 시에 대한 배움을 강조했는데, 그것은 시가 확장되어 만들어내는 인문학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키워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논어》에는 노래와 연관되어 지금까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등장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공자와 제자들이 어느 날 무성(武城)이라는 곳에 찾아갔습니다. 무성은 자유(子游)라는 제자가 다스리던 작은 지역이었습니다. 그곳에 당도하자 공자는 악기에 맞춰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제대로 갖춰진 형식의 노래와 음악이 들려오자 공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닭은 잡는데 어찌하여 소 잡는 칼을 쓰느냐?” 자유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예전에 저는 선생님께 이렇게 들었습니다.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온순하게 바뀐다.’” 이 말은 들은 공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제자들이여, 자유의 말이 옳단다. 내가 조금 전에 한 말은 농담이란다.”(양화 子之武城 聞弦歌之聲 夫子莞爾而笑 曰 割鷄焉用牛刀 子游對曰 昔者偃也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子曰 二三子 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 자지무성 문현가지성 부자완이이소 왈 할계언용우도 자유대왈 석자언야문저부자왈 군자학도즉애인 소인학도즉이사야 자왈 이삼자 언지언시야 전언희지이) 작은 지역에서 너무 수준이 높은 문화가 아니냐는 스승의 물음에 제자는 가르쳐준 대로 실천하고 있을 뿐이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겸연쩍어하는 공자의 모습이 잘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서 따와 요즘도 종종 쓰는 말이 바로 ‘닭을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다’입니다.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는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이름을  김홍도라고 표시합니다. 화가에 대한 기록이 없어서, 제작 연대와 화풍으로 작가를 추정한 그림입니다.  그림은 평안도에 새로 부임하는 감사를 위해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감사는 다른 말로 관찰사라고도 하는데 지금의 도지사와 비슷한 신분입니다. 감사는 종이품(從二品) 고위직으로 관할 지역의 행정, 사법, 군사 등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막대한 권력을 소유자였습니다.


 이 그림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벽루와 주변의 풍광을 함께 표현한 〈부벽루연회도(浮碧樓宴會圖)〉, 연광정에서 진행 중인 연회와 도심의 풍경을 담은 〈연광정연회도(練光亭宴會圖)〉, 해가 진 뒤에 대동강에서 벌어지는 뱃놀이와 횃불로 환영하는 사람들을 그린 〈월야선유도(月夜船遊圖)〉등입니다. 평안감사는 평양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평양의 옛 모습과 사람들이 등장하는 풍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의 크기는 세로가 71.2cm, 가로가 196.9cm입니다. 가로 길이가 2m에 가까워 들여다보는 맛이 납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각기 다른 자세와 몸짓이 인상적입니다. 춤추는 여인, 어른을 조르는 아이, 할아버지를 부축하는 소년, 싸우는 사내들, 언덕에서 술판을 벌이는 양반들까지 큰 그림 안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비교적 보존 상태가 좋아 선명하고 다양한 색감도 인상적입니다.


연광정연회도(練光亭宴會圖) - 전 김홍도(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연광정연회도(練光亭宴會圖) - 전 김홍도(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월야선유도(月夜船遊圖) - 전 김홍도(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월야선유도(月夜船遊圖) - 전 김홍도(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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