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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Sep 30. 2022

송하수업도 (전 이인상)

내가 이 사람을 위해서 통곡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해 슬퍼하며 울겠느냐

송하수업도(松下授業圖) - 전 이인상(출처 :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노나라의 제후 애공이 물었다. “제자 중에서 누가 배우기를 좋아합니까?” 공자가 답했다. “안회가 배우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았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 명이 짧아서 일찍 죽었습니다. 지금은 그가 없으니,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옹야편 哀公問 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遷怒不貳過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未聞好學者也 애공문 제자숙위호학 공자대왈 유안회자호학 불천노불이과 불행단명사의 금야즉무 미문호학자야)


 안회는 공자가 가장 사랑한 제자였습니다. 그는 똑똑하고 성실할 뿐만 아니라 성품까지 좋았습니다. 공자는 덕행, 언어, 정치, 문학 등의 분야에서 실력이 뛰어난 제자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4가지 분야에서 우수한 10명의 제자라는 뜻으로 사과십철(四科十哲)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3,000명이 넘는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 이 10명을 수제자로 평가합니다. 그중에서 안회는 덕행이 뛰어나다는 인정을 받았습니다. 애제자의 뛰어난 분야가 덕행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공자가 사람을 평가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누가 배우기를 좋아하냐는 질문은 ‘어떤 제자가 가장 현명한가?’라는 말과 같습니다. 공자는  물음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안회를 가장 우수한 인재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뒤에 붙은 설명은 수제자의 현명함을 드러내는 잣대와는 다소 거리가 멉니다. 공자는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잘못을 대하는 인식 같은 평소의 생활 자세를 평가의 기준으로 덧붙였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관대하다는 의미이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신중하다는 뜻입니다. 안회는 모든 면에서 나무랄  없었던 제자인 셈입니다.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제자라고 평가받았던(자한편 語之而不惰者 其回也與 어지이불타자 기회야여) 안회는 안타깝게도 스승보다 일찍 죽었습니다. 애공 14년에 죽었다는 기록을 쫓으면 안회가 사망할 당시의 나이는 41세고, 공자는 71세가 됩니다. 늙은 스승은 애제자의 죽음을 슬퍼하며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선진 편 天喪予 天喪予 천상여 천상여)”라며 슬피 울었습니다. 공자는 제자들이 놀랄 정도로 깊이 슬퍼하며 통곡을 하였습니다. 아마도 제자들은 그전에 스승이 이와 같이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나 혹은 스승의 건강이 염려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공자는 걱정을 하는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 사람을 위해서 통곡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해 슬퍼하며 울겠느냐?(선진편 非夫人之爲慟而誰爲 비부인지위통이수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공자의 슬픔이 잘 묻어나는 말입니다.




 송하수업(松下授業)은 소나무 아래((松下)에서 수업(授業)을 한다는 뜻입니다. 실외에서 과외를 하듯 학업에 열중하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두 인물만 보면 풍속화인데, 배경은  산수화를 그리듯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스승과 제자가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제자는 책상이 없는 바닥에서 글을 적으려 하니 자연스레 상체가 엎드려집니다. 스승의 손에 들린 책의 방향을 보니 제자에게 내용을 보여주면서 얘기를 거는 듯합니다. 제자가 스승이 불러주는 내용을 적는지, 아니면 스승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적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스승의 표정으로 보아 꽤 진지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이 그림은 인물 이외에 주변의 풍경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스승과 제자 앞에는 국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앉아 있는 곳 이외에는 국화가 없습니다. 제자가 꽃이 있는 곳을 골라 자리를 잡았는지 한 줄기 꺾인 꽃이 그의 곁에 놓여 있습니다. 스승의 근처에는 찻주전자와 찻잔이 보입니다. 만약 사람과 소품을 연관을 지어 본다면, 스승은 맑고 향기로운 차와 같은 존재이고, 제자는 꺾인 꽃처럼 자유롭고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가 됩니다. 차와 꽃의 향기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향기로울까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나무는 화려한 가지와 잎을 자랑합니다. 다른 이인상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소나무는 강직한 이미지로 표현되는데, 이 그림은 풍속화여서 그런지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제목으로 쓰인 소나무보다 오히려 스승의 뒤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둥그렇고 깔끔한 바위가 더 눈에 들어옵니다.  


〈송하수업도〉는 지금까지 이인상의 그림이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 출판된 《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을 쓴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이 그림은 절대 이인상의 작품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의 대표작들과 비교했을 때 스타일과 기법이 너무도 다르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는 이 그림을 이인상의 작품이라고 말한다면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널리 알려진 유명 화가의 작품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입니다. 다만 이 그림을 두고 아직까지 학계의 이론이 완전하게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임의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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