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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Oct 02. 2022

노백도 (정선)

곧게 살아야 한다

노백도(老栢圖) - 정선 (출처 : 공유마당)


사람은 곧게 살아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삶은 요행으로 화를 면하고 있을 뿐이다. 

(옹야편 人之生也直 罔之生也幸而免 인지생야직 망지생야행이면)



 세상은 인터넷과 전자 기기의 발전으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지금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방법도 아주 다양하게 바뀌었습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서둘러 적응하면서 앞서 간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도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퍼지고 종종 큰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지기도 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다가 실패하여 큰 빚을 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큰돈을 짧은 시간에 벌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본인의 노력 이외에도 환경이나 시장 상황 그리고 운 같은 요소들이 도와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짧은 기간에 목돈을 만지게 해 준다고 접근하면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노력할 뿐 다른 사람의 성공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상식적으로만 생각하면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적어집니다. 그러나 우리의 귀와 마음은 자극적인 말에 너무나 약합니다. 그럴 때일수록 정상적인 투자도 단기간에 큰 욕심을 내는 만큼 위험 부담이 커진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돈을 모으는 가장 기본 원칙은 성실하게 벌고 아끼는 것입니다. 그래야 돈의 가치를 잘 알게 됩니다. 


 곧은 삶은 바르고 성실하게 사는 것을 말합니다. 곧은 가치관을 가지고 묵묵히 실천하면서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은 당당함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반면 편법을 쫓는 사람들은 늘 불안을 떠안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어울리는 사람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성향이기 때문에 서로 믿기 어렵습니다. 사기로 돈을 번 사람들은 자신의 죄가 드러나지 않게 늘 신경을 써야 합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모으거나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재산이 쌓이면, 누가 언제 자신의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는 염려와 의심을 품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남들과 비교해서 조금 부족한 듯하더라도 자신이 만족하면 그곳이 곧 천국이고, 다른 사람들보다 재산이 많아도 늘 불안하면 그곳이 지옥입니다. 천국과 지옥은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김홍도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가 정선입니다. 김홍도는 그림으로 이른 나이에 명성을 얻었는데, 정선은 중년이 되어서야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40대 이전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어서 그의 젊은 시절은 세상에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습니다. 정선은 가난한 양반 가문에서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14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이른 나이에 가장의 책임을 짊어지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는 양반 출신이었지만 생계를 위해 직업적인 화가의 삶을 선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선이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화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장수였습니다. 현존하는 정선의 그림 중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60세 이후에 그린 것이 대부분입니다. 정선은 노년에도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고 밤까지 촛불 아래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국보로 지정되며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인왕제색도〉도 76세에 완성한 그림입니다. 만약 정선이 70세가 넘은 나이에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며 능력의 한계를 긋거나, 혹은 편안하게 노년을 보내려고 붓을 놓았다면 지금 우리 곁에는 〈인왕제색도〉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가 쓰다가 닳은 붓을 모으면 무덤의 크기와 맞먹을 정도의 양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정선은 84세까지 장수하며 왕성한 활동으로 400여 점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는 조선 시대의 화가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 중 한 명입니다. 정선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유학에 관한 책을 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아 《도설경해(圖說經解)》라는 책을 쓸 정도로 학문적 소양도 풍부하였습니다. 그는 평생 겸재(謙齋) 라는 호를 즐겨 썼는데, 그 뜻은 '겸손하다'입니다. 


 〈노백도(老栢圖)〉는 오래된 잣나무라는 뜻입니다. 제목으로 쓰인 한자 백(栢)은 측백나무와 잣나무라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잣나무가 〈노백도〉와 비슷한 모습이 많아서 대부분 이 그림의 나무를 잣나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면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에 쓰인 백(栢)자는 측백나무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어》에서 직접 언급된 백자를 측백나무로 해석하는 이유는 공자가 살던 지역에 잣나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노백도〉나 〈세한도〉는 각각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에서도 백(栢)자를 잣나무와 측백나무로 해석합니다.  


 위 그림은 크기가 가로 55.6cm 세로 131.6cm로 큰 편에 속합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당당한 꿈틀거림에서 강렬한 기운이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잣나무나 측백나무나 대부분 하늘로 곧게 뻗은 형태로 그리는데 정선은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살린 나무를 창조하였습니다. 마치 한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노백도는 한자 '목숨 수(壽)' 를 흘려 쓴 초서체와 닮은 형태로 그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글씨를 본뜬 표현이 장수를 상장한다고 합니다.  나무는 세월을 머금을수록 연륜의 강직한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노년의 기운이 충만한 이 그림 속 잣나무는 정선을 닮았습니다. 



흘려쓴 초서체 목숨 수(壽) (출처 : 문화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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