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 딸에게 버림받지 말자"
“된장찌개 딸에게 버림받지 말자”
점심때 마땅히 먹을 게 없어, 된장국을 끓이기로 했다.
20대 자취 시절 양은냄비에 간단히 끓여보곤 했지만,
부엌을 본격적으로 접수한 뒤로는 처음 도전해 보는 된장국이다.
이제는 양은냄비가 아니라 뚝배기를 떠올리며 찾아보니, 이사 오며 뚝배기를 어디다 뒀는지 보이지 않아,
중간 크기의 냄비를 꺼냈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가며 조심스럽게 준비를 시작했다.
쌀을 씻고, 살뜰하게 쌀뜨물을 받았다.
확실히 쌀뜨물이 들어가면 맛이 좋아진다.
쌀뜨물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냈다.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다시마는 건져내지 말고 그대로 끓여”
멸치는 건져내고, 다시마는 가위로 먹기 좋게 잘랐다.
된장 한 스푼을 풀고, 다진 마늘도 넣었다.
감자는 깍둑썰기로 썰어 넣고 인덕션에 불을 올렸다.
돼지고기는 없었지만, 대신 두부로 단백질을 보충하기로 했다.
감자가 익을 즈음 양파와 호박을 넣고, 간을 보았다.
조금 싱거워 된장을 반 스푼 더 추가했다.
그래도 여전히 담백했지만, 그 나름대로 괜찮았다.
두부를 넣고 나니 냄비가 금세 가득 찼다.
고추 하나를 썰어 넣고, 고춧가루도 한 스푼 풀었다.
맛이 제법 그럴듯했다.
아내는 뭔가 허전해 보였는지 “채소가 부족하니까 근대를 넣어 먹자”라고 했다
시골집 텃밭에서 가져온 근대를 깨끗이 씻어 넣었다.
근대가 들어가자 국물이 뻑뻑해졌다.
어느새 된장국은 된장찌개가 되어 있었다.
돼지고기 한 점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그랬다면 정말 완벽한 찌개가 되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 맛을 느낄 시간이다. 최선을 다한 나도 아내와 딸도 된장찌개 한 그릇씩 밥과 나란히 두고 식탁에 앉았다. 살짝 긴장감과 함께 서로 마주 보며 첫 숟가락을 입에 넣던
아내와 딸은 엄지 척을 하며 사진을 찍고 심지어 한번 더 덜어다 먹었다.
아싸~ 성공이다.
추가 채소로 인해 양이 많아져 남은 찌개를 냄비 채 냉장고에 넣으며 나는 함박미소로 중얼거렸다.
‘된장찌개만은 딸에게 버림받지 말자.
그리고 내일은 이걸 다 먹어치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