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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Oct 20. 2022

차라리 당뇨인게 낫겠어요.

양수와의 싸움 그리고

  늘어만 가는 양수에 의사 선생님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자고 했다. 바로 ‘임신성 당뇨 검사’였다. 식단을 조절해도 양수량이 줄지 않으니, 아마도 혈당 조절이 어려운 것 같고, 임신성 당뇨인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진단을 받고 인슐린을 쓰면 양수도 빠르게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임신성 당뇨는 원래 당뇨가 없던 사람이 임신 20주 이후에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임신중에는 호르몬으로 인해 혈당조절이 어려울 수 있으나 출산 후에는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출산 후에도 당뇨를 진단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또 태아 역시 과도한 혈당 공급으로 거대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출생 후에는 혈당 공급이 끊어져 신생아 저혈당에 빠질 수도 있다. 이후 소아비만이나 소아당뇨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그만큼 관리를 잘 해야하는 질환이기에 모든 임산부는 24주 ~ 28주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한다.

(만약 임신성 당뇨 고위험군이라면 임신 초기부터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금식 상태로 가서 혈액검사를 하고 포도당 시약을 먹는다. 이 시약은 정말 미친 단맛인데 공복에 먹기에는 너무 역한 맛이라 정말 괴롭다. 이 시점까지 입덧을 하는 산모는 시약을 토하거나 뱉어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그렇게 되면 검사 날짜를 다시 잡아야 한다.


시약을 먹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혈액 검사를 통해 혈당을 확인한다. 이 때 수치가 기준 이하라면 통과. 그렇지 않다면 재검사를 해야 한다.


재검사는 좀더 괴롭다. 일단 금식을 유지하며 괴로운 시약을 또 먹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고통 포인트다. 그리고 시간이 길다는 점이 두 번재 고통 포인트다. 재검은 4시간동안 4번의 혈액검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 4번의 수치를 상세적으로 확인하여 2번 이상 기준치를 넘으면 임신성 당뇨를 진단할 수 있다. 이렇게 임신성 당뇨를 진단받으면 내과 검진을 추가적으로 다니며 식사 후 혈당을 빠짐없이 확인해야 한다. 식단관리도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필요시 인슐린도 맞아야 한다. 그래서 모두들 피하고 싶어 하는 진단이다. 그렇지만 나는 받아야 하는 진단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계획에 따르면 진단을 받으면 인슐린을 맞을 수 있으니 양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예상이 맞았는지 당뇨 첫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재검이 필요했다. 결과를 알려주는 간호사가 재검 날짜를 알려주며 슬쩍 찔러주듯 말했다. 


  “쌍둥이 산모님들은 재검하면 거의 진단 받으시더라고요.”


  날짜를 잡고 다시 병원에 방문했다. 이미 나 이외에도 검사를 위해 온 산모들이 많았다. 진단을 피하고 싶은 산모들은 검사액을 마시고 혈당을 내리기 위한 나름의 운동을 한다. 피를 뽑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그녀들은 정확하게 한시간 뒤 다시 돌아와 피를 뽑고, 다시 홀연히 사라졌다. 아마도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 오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나는 진단이 절실했기 때문에 4시간을 꼼짝않고 앉아있었다. 이제 이 길고 긴 싸움을 끝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품은 채로 말이다.


  그런데 웬걸, 임신성 당뇨가 아니었다. 검사실 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통과에요!’를 외쳤다. 모든 산모가 환희했을 소식이었다. 나만 빼고…


 알고 보니 기준 수치에 근접했지만 수치를 넘지는 않았다고 했다. 혈당이 높은편이긴 하나 임신성 당뇨까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인슐린을 쓰자는 의사 선생님의 계획은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방법이 없는걸까? 조산만큼은 막아보자고 했는데 일이 점점 더 어렵게 되는 느낌이었다. 남들은 무난하게 보내는 임신기간이 나에겐 왜이리 쉽지 않은지. 쌍둥이를 임신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쌍둥이는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게만 온다던데 나를 보면 썩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이제 나에겐 남은 선택지는 하나 뿐이었다.

바로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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