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엄마 손은 약손

엄마라는 이름이 좋다.

by Jina가다


11시 넘은 밤중에 아들은 자꾸만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안방 문을 두드리고 아픔을 호소한다. 체한 것 같으니 바늘로 손을 좀 따달란다. 아침 식사와 저녁에 내가 요리해 준 음식들이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저녁에 만들어 준 파스타 때문이었을까? 괜히 미안하다.

풀어헤친 머리카락을 다시 묶고 비누거품을 내어 깨끗이 손을 씻었다. 그리고 반짇고리를 꺼내어 가장 날카로운 바늘을 불에 소독했다. 아이들이 어릴 적 체하면 손을 따주던 방법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떻게 했었지?


아들의 어깨와 등을 두드리고 문지르며 어깨부터 쓸어내리며 피를 모았다. 그리고 엄지에 실을 몇 바퀴 둘러 맨 후 잠시 접어서 피가 모이도록 했다. 그리고 한 방에 바늘을 콕 찔렀다. 아들 손이라서 겁이 났을까? 두 번을 찔렀는데도 피가 제대로 나지 않자 걱정이 되었다. 무서운 영화나 폭력적인 장면은 쳐다보지 못하고 얼굴을 돌려버리는 나다.

“아얏~!”

짧은 비명을 지르는 아들 모습에 더 이상 바늘을 찔러 넣을 수가 없다.


안방에 들어가 곤히 잠든 남편을 깨웠다. 그는 뒷머리가 삐죽 서서 부스스한 모습에 거실로 나오더니 아들과 마주 앉았았다. 남편은 다시 실을 묶은 아들 양쪽 엄지를 순서대로 거침없이 찔렀다. 검붉은 피가 손톱 위를 덮는다.

‘아 다행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남편은 비틀거리며 다시 안방으로 들어다. 바늘에 찔린 자리를 소독액으로 닦아주고 침대에 누웠다.




잠시 후, 아들 움직이는 소리가 여전히 문밖으로 다시 들린다. 자정 넘은 시간이다. 아들 침대에 가보니 혼자서 손가락 사이를 꾹꾹 누르고 있다. 인터넷에 나온 지압점을 찾아 혼자서 따라 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급할 때는 인터넷에 나오는 한의학적인 지시나 민간요법을 사용하는구나. 젊은 세대 아들의 지압 장면에 피식 웃음이 났다.


아들을 편안히 눕게 하고, 언젠가 잡지에서 보았던 설명을 따라 해 보았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아들이 알려주는 정확한 지점을 꾹 눌러 아프도록 문질렀다. 양손을 번갈아가며 지압을 반복한 후, 웃옷을 올려 배를 살살 문질러 주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아들의 배꼽과 배. 쑥스러운 것은 아닌데 왠지 마음 간질거리면서 행복했다. 졸리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노래를 불러보았다.


엄마 손은 약손, 엄마 손은 약손...”




세 아이 어릴 적 아플 때면, 무릎을 내어주고 어깨와 품을 내어 주었었다. 손으로 원을 그리며 배를 만져주었던 일이 기억났다. 열을 떨어뜨리느라 물수건을 갈아주고, 기도해 주던 일도 생각났다. 한참 동안 배를 문질러주니 아들은 이제 잠이 온다며 감사하단다. 남편의 키를 훨씬 넘고, 어깨도 넓은 아들은 아기처럼 잠이 들었다.


엄마의 손이 여전히 너에게 약이 되었을까? 성인 되어도 엄마가 필요한 내 아들이라서 감사하다. 엄마라는 이름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 주어 고맙다. 약손이라는 명의가 되어 본 오늘 밤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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