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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카 Stica Nov 20. 2023

뒤어깨 마사지

back and shoulder massage

오빠, '뒤어깨'가 뭔지 알아? 

걸음을 멈추고 구글맵을 확인하고 있던 남편의 등에 손을 대고 물었다. 남편과 하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내가 길을 안 찾아도 된다는 것. 남편도 길찾기 박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인 나와 비교하면 그래도 고등학생 쯤은 된다.


"응, 저기 '뒤어깨 마사지' 있잖아." 잠시 잊었다. 남편은 관찰력이 아주 좋다. 내가 '뒤어깨 마사지' 간판을 봤다면 그가 못 보았을리 없다. 다른 마사지샵들이 대부분 영어(massage)나 중국어(按摩)를 제일 크게 써둔 데 반해, '뒤어깨 마사지'를 주력으로 하는 듯한 그 마사지샵은 한글 문구를 영어나 중국어보다도 크게 써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사지'가 뒤따르기 때문에 자연히 '뒤어깨'로 붙여 쓴 단어가 '등(back)'과 '어깨(shoulder)'를 함께 가리키려고 했던 것인가보다, 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내 남편은, 어제 같은 곳을 지날 때 진작 '뒤어깨, 뒤어깨'라고 서너번이나 이야기했다며, 그때는 아무런 대답도 없더니 이제와 뭘 그러느냐고 했다. 아, 나는 청력도 좋지 않다.


치앙마이에는 빕 구르망(Bib Gourmand, 미슐랭 가이드에서 합리적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인정한 식당) 맛집도 많고, 세련되고 커피맛도 훌륭한 카페도 많지만, (여느 동남아 여행지가 그러하듯) 마사지샵도 정말 많다. 마사지에 관한 그 어떤 공인 자격도 없는 사람으로서 감히 논평한다면, 마사지는 태국이 으뜸이다. 치앙마이에서는 이제까지 대여섯 샵을 가보았는데, '치앙마이의 마사지는 예외없이 완벽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경험상 늘 평균을 웃도는 실력자들에게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길을 지나다니며 볼 수 있는 가격대는 기본 '태국식 마사지'(Thai Massage)를 기준으로 시간당 200~400THB 선이다. 좀 더 세련되고 신식인 곳은 시간당 가격이 두세배로 훌쩍 뛰기도 하는데, 장소의 쾌적함과 마사지사의 기술력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므로 리뷰를 많이 참고한다. 나는 마사지를 받고 곧장 숙소에 돌아와 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오전이나 이른 오후, 때로는 전날 예약을 해두고 저녁에 한두시간 받는 편이다.


올해 와서는 숙소와 가장 가까운 The Artist Spa를 이제까지 네번 갔는데, 1시간에 250THB이고 선불이다. 갈때마다 묘하게 아쉬운 구석이 있다. 네번 중 세번, 예약시간을 15분 넘기고서 마사지가 시작되었고, 한번은 마사지를 받으면서는 시원했던 부위가 다음날 찌뿌둥해지기도 했다. 어떤 마사지사는 손에서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좀 더 깊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도 큰 변화가 없어, (마사지사 입장에서는 애를 쓰는데도 내게 맞지 않는 것이므로) 더 세게 해달라고 해봤자 아프기만 할 것 같아, 가만히 누워 마사지가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어제는 리뷰가 더 많으면서(천백여개) 평점은 더 높은(4.8) Varalee Massage에 갔다. 본점이 있고 2호점이 있는데, 본점이 숙소에서 좀 더 멀지만 리뷰가 더 좋아 본점까지 갔다. 남편의 마지막날이었으므로 좀 걷더라도 잘하는 곳에 가고 싶었던 것이다. 가격은 The Artist Spa와 마찬가지로 1시간에 250THB, 선불제다. 나는 작년에 갔던 것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남편과 남편 핸드폰 Wifi 설정이 작년의 방문을 기억하고 있었다. 남편은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왔던 것 같다며, 선불 안내 문구가 인상에 남아있다고 했다. 마사지 결과는 대만족. 숙소에서 거리가 꽤 있는지라 혼자서 다시 갈까 싶기는 하지만 혹시 몰라 명함을 챙겨왔다.




물가가 싼 동남아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정확한 표현을 찾기는 어려우나 '면구스러움'에 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둘이서 요리 세 개를 배불리 먹고 한화 오천원이 안 되는 값을 지불할 때도 비슷한 마음이 살짝 드는데, 그런 마음이 가장 자주 찾아오는 것은 아무래도 마사지를 받을때다. 식당이야 현지인들도 같은 가격을 내고 식사하므로 덜한데, 마사지샵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지인을 보기란 매우 드문 일이라 더 그런듯 하다. 또, 마사지가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보니, 간혹 나이 지긋한 마사지사가 힘에 부쳐하는 기색을 보이기라도 하면, '내가 뭐라고 이렇게 누워 저 분을 힘들게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위선적인 감정이다. 애시당초 백수 주제에 치앙마이를 '맘 푹 놓고' 여행할 수 있는 현실적 배경에서 물가가 8할의 몫을 하기 때문이다. '마사지는 힘든 일이니 이 가격은 당치도 않습니다. 세 배 정도는 더 드릴테니 받아주세요.'라며 자발적으로 요금을 추가 지불할 경제적, 심적 여유가 내게는 없다. 마사지 가격의 10% 정도를 마사지사에게 팁으로 주는 게 내가 마음에서 정한 최선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 일을 성실히 하는 사람을 두고 안타깝다고 느끼는 데는 모종의 오만함이 숨어있는지도 모를 일. 바꿔놓고 생각해서, 훗날 나이 들어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을 보고 어떤 젊은이가 내게 측은지심을 내비친다면 자칫 자존심이 상할 것 같다.


다만, 소비가 어떤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싶다. 정해진 가격만으로는 타인의 정성과 친절까지 얻기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혹은 때문에) 쇼핑몰 경비가 출입문을 잡고 서서 드나는 사람들에게 경례를 하고, 푸드코트에서조차 먹은 자리를 직접 치우지 않는 도시. 생경함 외에 내가 느껴야할 감정은 감사함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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