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꿈은 정말 예지몽이었을까
“왜요, 아부지.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할아버지는 두 눈을 느리게 떴다 감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고는 추를 매단 듯 쉽게 벌어지지 않는 두 입술을 겨우 떼며 말했다.
“내가 선영이하고 선주한테는 말 못 해도 선희 니한테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말이 있다.”
“뭔데 언니들한테도 말 못 해요?”
“느이 어멍 그리된 날……. 사실은 내가 꿈을 꿧저.”
“꿈이요?”
“어디선가 들리는 숨비소리 따라갔더니 해녀 하나가 쩌으기 앞서 걸어가더라. 어디 사는 할망인가 자세히 보니, 왼손 약지에 옥가락지를 끼고 있는 거라. 그거 보고 느이 어멍인가 보다 햇저. 그 옥가락지, 우리 어멍 돌아가시기 전에 딸도 아닌 며느리 물려준 거라 내가 한눈에 알아봤지.”
“그 귀한 가락지도 아부지가 홀랑 팔아먹었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엄마가 침대 곁에 앉아 수건을 한 장 한 장 개며 말했다.
“흠……. 내가 니 어멍 따라가면서 거 끼면 물질할 때 거추장스럽다고, 빼고 가라 빼고 가라 소리 지르는디, 뒤도 안 돌아보고 말하데. 곧 선욱이 올 거라고, 아들 좋아하는 뭉게 한 마리만 잡아 얼른 나온다고. 그러더니 납덩이를 허리에 차지 않구 양쪽 발목에 하나씩 차구선 시커먼 물속으로 쑤욱 들어가 버리는 거라……. 테왁이랑 오리발은 갯바위에 그대로 두고선. 아침에 눈 뜨고 그거 참 흉흉한 꿈이다 생각했는디…….”
“뭐라고요? 아부지, 그런 꿈을 꿨으면 그날 아침에 엄마 물질하러 가지 말라고 말리셨어야죠!”
엄마가 벌떡 일어나 소리 지르는 바람에 차곡차곡 개 놓았던 수건 탑이 무너져 바닥에 흩어졌다.
“몸국 좀 끓여달라는디 딸하구 손녀 앞에서 날 식충이 취급하고 하도 면박을 주기에 상종 안 햇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할아버지가 간신히 대답했다.
“엄마가 저승에서 숨 참고 전복 따 오면 아부진 이승에서 술 바꿔 먹기 바쁘더니. 염치도 없이 아침부터 몸국 타령만 하고 꿈 얘긴 안 했다구요? 도대체 왜! 왜 그러셨어요!”
“선희 니가 오랜만에 내려와 있으니까 느이 어멍 그날은 물질 안 하는 줄 알앗저. 바당 들어갈 줄 정말 몰랏저. 그래도 내가 꿈 얘긴 해야 했는데……. 니 어멍 따라 죽고 싶어 아무리 술을 퍼부어도 목숨줄이 눈치도 없이 어째 이리 길기도 긴지…….”
할아버지가 말을 끝맺기 전에 엄마는 휙 돌아 병실을 나갔고, 나는 이쪽저쪽 눈치를 보다 할아버지에게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엄마를 따라 나갔다.
그날이 할아버지 생전 마지막 만남이었다. 목숨 긴 팔자를 원망하던 할아버지는 우리가 다녀가고 두 달 뒤에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실종된 지 정확히 10년이 되던 달이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날 무슨 꿈을 꾸었을까? 외삼촌과 외할머니는 거의 구십이 다 된 외할아버지를 단번에 알아보았을까?
엄마는 몇 년이 지나도록 할아버지의 꿈 얘기를 이모들에게 하지 않았다. 그러기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할아버지의 고백은 우리 두 사람만 아는 암묵적인 비밀이 되어 있었다.
(13화에서 계속)
* 뭉게
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