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예쁘다.
촛불을 켜면
뾰족한 불이 엉덩이를
살랑살랑 여우꼬리처럼 흔든다.
촛불이 더워서 톡톡톡 달리기를 한 것 같다.
촛불은 마술을 한다.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든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뺨 같은 촛불이 예쁘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땐 하루 한 시간씩, 주말이나 공휴일은 2시간씩 독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여름방학이 막 시작된 어느 날, 좌식 공부상 세 개를 마주 붙여놓고 삼 남매가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 딸아이가 대뜸 이야기한다.
"엄마, 책을 읽다 '촛불'이라는 단어를 보니까 갑자기 시가 쓰고 싶어 졌어요"
"그래? 어떤 시가 탄생될까? 한 번 써 볼래?"
지난번 아이가 운문과 산문에 대한 질문을 한 후, 첫 동시를 쓴 지 일주일쯤 지난 때였다.
아이는 그 자리에서 공책과 연필을 꺼내 사각사각 글을 써 내려간다.
"와!!! 정말 예쁜 글이다..... 엄마가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촛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여우꼬리에 비유하다니.....
소리 없이 타오르는 촛불에 생동감이 느껴진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뺨과 같다는 표현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오직 이 아이만의 오롯한 감상이다.
'글이 아까운데 어쩌지?'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책가방 속에 학교에서 나누어준 '어린이 동아일보'가 들었기에 별생각 없이 쭈욱 읽어가던 중이었다.
'제16회 상경어린이 문학상 대회'라는 글이 내 눈에 쏙 들어온다.
'그래! 여기에 출품시켜 보자!!'
주최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문구점에서 원고지를 사서 아이에게 원고지 쓰는 방법을 잠시 설명해 주고는 자신의 글을 옮겨 적게 하고, 누런 대봉투에 넣어 우체국 등기 우편으로 보낸다.
1997년 9월, 동화작가 김병규, 송재찬, 김연식, 선안나 등을 편집위원으로 한 가족잡지인 '시와 동화'는 시와 동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동심원'이란 모임에서 출발되었으며 그에 더 나아가 등단작가가 아닌 어린이에게 시상하는 '상경문학상'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승배 시인이 어머니(장재녀 여사)의 삶을 기리기 위해 1999년 제정하였으며 주체는 '시와 동화'이며 '고양시 문인협회'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었으나 현재는 폐지되었다.
수상작품을 실은 '새싹'이라는 책이 출판되었으며 딸아이의 작품도 새싹 2(2009년~2014년 작품)에 실려있다.
어쨌든 작품을 출품한 후, 괜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 일상생활을 이어간다.
2000여 작품이나 출품되었다니...
게다가 아직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작품이라 별 기대 하지 말자는 마음에서다.
그러던 2014년 9월 어느 날, 휴대폰으로 경기도 지역번호인 031이란 숫자가 찍힌 번호로 전화가 온다.
다른 때 같으면 보이스피싱인가 싶었겠지만 고양시 문인협회의 후원을 받고 있는 '상경 문학상'에 아이의 작품을 출품하지 않았던가...
가슴이 두근댄다.
'우리 아이 작품이 수상했구나!!!!!'
강한 확신이 들며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아본다.
"여보세요? 최** 학생 어머니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축하합니다~!!!"
젊잖은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건네는 축하 인사다.
"최** 학생이 운문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주 훌륭한 작품 잘 감상했습니다. 최** 학생의 작품이 이번에 출간하게 되는 '새싹'이라는 수상집에 실릴 예정입니다. 책을 곧 출간해서 상패와 함께 학교에 보내드리겠습니다.
1회 수상은 직접 초청을 했었는데 올해는 각 학교에서 수상하도록 했습니다. 장학금 지급을 위해 학생 명의 계좌번호가 필요합니다.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합니다!!"
'돌아온 진돗개 백구'의 저자이신 송재찬 선생님의 전화를 받으니 가슴이 더욱 두근댄다.
'내 딸이라서.... 내가 고슴도치 엄마라서 잘 썼다고 생각한 게 아니었구나...!!!'
교회에서 담임 목사님은 아이의 시를 교회 신문에 실어주셨다.
교회 신문이 창간된 이래 어린이의 글이 실린 것은 처음이라 하셨다.
학교에서는 상경 문학회의 소식을 듣고, 교회 신문에 실린 아이의 시를 학교 현관 앞에 붙여주신다.
학교로 배송된 상패를 조회 시간을 통해 수여하고, 다섯 권의 책 중 한 권은 집에 가져와 보관 중이며 네 권은 학교 도서관에 비치되었다.
엄마는 아직 출간 작가가 못 되었는데 비록 한 편의 글이지만 자신의 작품이 실려 책으로 출간 된 것은 딸아이가 나보다 훨씬 선배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