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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Dec 18. 2022

데미안이 노년에게 주는 감동은?

  불안, 두려움, 욕심과 집착의 번데기를 깨고 나왔나

                                                            출처: pinterest


“새는 알에서 태어나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보낸 메시지다. 


젊었을 때 '아브락사스'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무작정 좋아하던 문장이었다.

답답한 가슴이 뚫리는 기도문 같았다.


                             아브락사스이미지( 출처 : 히어로즈 오브 메이플 / 스토리 thewiki.kr)



책을 치열하게 읽고 싶다. 고민, 불안, 두려움을 불태울 치열한 책이 있을까! ‘새말 새몸짓’이 <데미안>을 ‘치열하게 같이 읽을 10월의 책’으로 선정했다. 철학자 최진석이 ‘같이 읽자’고 선정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또 ‘북 토크를 열어 의견을 나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읽고 싶다 다시 읽어야겠다는 각오가 선다. 젊을 때 <데미안>을 읽고 받았던 감동이 노년에 어떤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소리 내어 읽고, 독후감을 쓰는 책 읽기’를 권한다. ‘대학 4학년 때 수강했던 고전소설 강독(김흥규 교수) 이야기’를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2007년 발간>에서 펼친다. <춘향전>, <홍길동전>, <호질>, <허생전> 등을 소리 내어 읽은 다음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독후감을 제출하는 고전 강독이다. 고미숙은 책을 소리 내어 읽고 독후감을 쓰고 첨삭받는 과정에서 “강렬한 지적 촉발을 받아 가차 없이 인생행로를 바꾸었다.”라고 회고한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열 살에서 스무 살까지 겪은 내면 체험기, 싱클레어가 데미안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기록’, 헤르만 헤세가 1919년 출간한 <데미안>은 소리 내어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할 고전소설이다. 질풍노도의 시절을 이미 지나 보낸 노년에게 주는 <데미안>의 감동은 무얼까? 1백 년이 지난 21세기에도 데미안이 주는 메시지는 유효한가? 지금 우리가 깨뜨려야 하는 세계는 무언가?


옮긴이 안인희는 책 (2020년 1월 8일 발행 ; 문학동네) 뒤편에 해설을 붙였다. “‘너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데미안의 메시지는 1차 세계대전(1914~1918) 직후 젊은이들의 마음에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그동안 관습과 도덕, 종교가 내세우던 온갖 가르침은 대규모 전쟁을 통해 속에 감춘 모순과 허점을 낱낱이 드러낸 참이었다. 과거의 가르침은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표가 될 수 없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와 이상기후와 ‘생존 전쟁’ 중이다. 이 생존 전쟁에는 전선이 따로 없다. 산속 깊은 골방이나, 강남 고급 아파트 이거나 절대 안전한 곳은 없다. 갓난아이, 90이 넘은 노인도 제외되지 않는다. 사람끼리 싸우는 전쟁이 아니니 핵무기를 쌓아놓고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러시아, 중국도 이 전쟁에선 무력하다. 인류 전체가 당하는 이 생존 전쟁에서 우리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새로운 삶의 지표를 알려주는 데미안, 남자나 어린이도 아니고, 늙거나 젊지도 않고, 천 살쯤 된, 어딘지 시간을 뛰어넘은 존재, 데미안”을 찾아야 한다. “나 자신 안으로 (---) 검은 거울 위로 그냥 몸을 숙여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그 모습은 이제 완전히 그와 같았다. 내 친구이며 길 안내자인 그 사람과.” 마지막 문장이다. 싱클레어는 알을 깨고 데미안과 하나가 되었다.


알은 생각의 틀이다. ‘깨고 태어남’은 깨달음이다. 애벌레가 번데기를 뚫고 나와야 나비가 되듯. 사람은 욕심과 집착으로 지어놓은 번데기 둥지를 사유와 성찰로 끊고 나와야 참다운 자기가 된다. 번데기에 구멍을 내지 못하는 애벌레는 날개를 펴지 못한다.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 욕심과 집착의 번데기를 깨고 나왔는가?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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