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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May 20. 2024

나뭇잎 흔들림 들어본 적 있나요?

시 몇줄이 소설 한 권만큼 감동을 안겨준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들었다 

 다시 대지를 향해서 나뭇잎은 떨어져야한다 

 어둡고 거칠고 색채가 죽어버린

 흙속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본다 ----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이어령 >     



동창 모임 때마다 친구들에게 자기 시를 나눠주는 시인 친구가 있다. 오늘도 십 여장씩 자기 시를 카피한 복사지를 돌린다. 그동안 보여준 시만 해도 책 한 권 넘음 직하다. ‘시집을 한 번 내어보라’ 권했더니 고개를 흔든다. 그냥 시를 쓰는 재미인 것 같다.     

 

하나의 시를 마음에 새겨 외우기만 하는데도 책 한 권 읽기만큼 힘이 드는데, 매일 시를 쓰며 즐기는 인생은 얼마나 대단한 인생인가! 시인 이성복은 “한 편의 시는 한 편의 인생쓰기예요. 잘 쓰는 게 잘사는 거지요. (불화하는 말들: 78쪽) ”라고 얘기한다. 


시인들은 힘들게 시를 만들어내지만, 우리에겐 시 몇 줄이 가벼워 좋다. 산책하며 명상하며 차 한잔 마시며 입속으로 중얼거릴 수 있다. 짧은 몇 줄이 소설 한 권만큼 감동을 안겨준다. 쇠귀 신영복선생(1941~2016)은 “시를 암송한다는 것은 시인들이 구사하던 세계 인식의 큰 그릇을 우리가 빌려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마리의 제비를 보고 천하에 봄이 왔다는 것을 알아내는, 상상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비유한다.      


달맞이꽃들이 대낮에도 분홍빛 꽃송이를 환하게 흔들고 있는 집 앞 맨발길을 걸으며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이어령>를 외워본다. ‘흔들리는 하나의 나뭇잎’에서 ‘나는 왜 살고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들어본 적 있나?  ‘온 우주의 공간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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