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 <4>

부제 「이채」

by 오늘




뙤약볕이 뒤통수를 다 익혀버릴 듯 맹렬했다.

고양이는 아직도 살아있는 것처럼 털이 보송보송했다. 그 커다랗고 푸르던 눈은 다시 볼 수 없을거다. 군데군데 피가 묻은 고양이의 몸을 이채가 조심스럽게 들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이채는 생각했던 것보다 능숙하게 불편한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 평소의 이채가 아닌 것 같았다. 아주 어른스러운 얼굴이었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무색할만큼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을 들고 이채가 나를 보았다. 나는 상자 속에 담긴 고양이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이채는 조심스럽게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힘들다. 잠깐 쉴까?”


내가 가만히 서 있자 이채가 내 어깨를 밀어 벤치에 앉혔다. 이채는 장갑을 벗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조금 당황했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니다, 넌 날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서 나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채는 작게 웃었다.


“전에도 냉담해지라느니, 아이들이 우습게 볼 거라느니 그런 얘길 했잖아. 그래서 분명히 너라면 날 멍청하다고 생각하겠다고 생각했어.”
“그땐 내가 좀 오지랖이었어.”
“내가 착한 척을 하는 것 같아?”


그보다는 아이들에게 잘 보이려는 쪽 아닌가?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파악하는데 도가 텄지만, 이채의 행동은 알 수 없는 구석이 너무 많다. 근데 그런 걸 왜 나한테 묻는 걸까.


“말리고 싶었던 적은 꽤 있어.”


내 말에 이채가 다시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전보다는 편한 웃음이었다. 이채는 장갑을 만지작거리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나 이 고양이한테 점심 때마다 밥을 줬었어. 매일매일 스탠드 계단 맨 아래에 사료를 놓고 밥을 먹으러 갔었어. 어쩌면 이 고양이는 오늘도 내가 준 사료를 먹으러 왔다가 죽은 걸지도 몰라. 이 근처에서 밥을 먹었었거든. 그러니까 이 고양이는 내 책임이야.”


이채는 말을 멈추고 상자를 바라보았다. 책임이라는 말이 낯설었다. 여기에 차갑게 식은 채 죽어 있던 게 치치였다면, 나는 과연 치치를 직접 이 상자에 담아 묻어줄 생각을 했을까.


“담임이 고양이를 경비 아저씨에게 치우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나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을 다른 사람이 해결하게 하는 건 좀 그렇잖아. 고양이를 묻어주는 일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착한 것과도 상관 없고, 착한 척과도 상관없어.”
“나한테 왜 그런 얘길 해?”
“너는 나한테 그런 얘길 왜 했어? 사람들이 날 만만하게 볼 거라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자신을 따돌리려는 아이들 사이에서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비굴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알고 있어 나도. 반 애들이 날 따돌리려고 한다는 거.”


‘알면서 왜 그래? 왜 널 밀어내려는 애들 옆에서 속없이 웃고 비위를 맞추고 비굴하게 굴어?’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삼키기 위해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건 내 책임이 아니야. 난 잘못한 게 없어.”
“뭐?”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왜 바뀌어야 해? 위축되고, 내 자신을 탓하고, 해야 할 일을 참고, 내가 왜 그래야 해?”


바람이 불어 이채의 머리가 날렸다. 드러난 이채의 옆얼굴을 보면서 나는 이채가 이렇게 단호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을 위한 게 아니야. 내가 노력을 하는 건 나를 위해서야.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아서야.”


이채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 것처럼 한 마디 한 마디 힘을 주어 말했다. 햇빛이 뜨거워서인지 등줄기에서 땀이 흘렀다. 해를 등지고 앉은 이채가 환하게 빛나 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아이들이 깨닫게 될 때까지, 나는 기다리는 중이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