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 <1>

부제 「이채」

by 오늘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이 있었다.

어디에 있어도, 누구와 있어도, 무엇을 해도 눈에 띄고 도드라지는 아이들. 사람들은 자석에 끌리는 것처럼 그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모여들었다. 그런 아이들에 비하면 나는 꼭 태어날 때부터 무채색이었던 것처럼 빛이 없어서, 사람들은 나를 그림자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애들처럼 눈에 띄고 싶어서, 반짝반짝 빛나고 싶어서 애를 쓴 적이 있었다. 시답잖은 농담을 핸드폰에 녹음해가며 연습을 한다던가, 거울을 보면서 세련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한다던가 하는 것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모두 그만뒀다. 빛이라는 건 가져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 흉내를 낸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가질 수 없는 걸 가지려고 애를 쓰다 보면 사람은 추해지게 마련이다.



“쟨 하루 종일 웃고 있으면 입에 쥐 안 나나?”



소영이는 이채를 싫어한다. 아니, 사실은 싫어하는 게 아니다. 이채가 되고 싶지만 이채가 아니기 때문에, 이채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거다. 소영이는 나와 같은 과다.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난 아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아이. 하지만 아직도 이채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은 아이. 나는 모르는 척 소영이에게 되물었다.



“누구?”

이채.”



나는 슬쩍 이채를 돌아보는 척한다.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하루 종일 호호호 호호호 지겹지도 않냐고.”

“그러게.”

“쟤도 속으론 분명히 지겨울 거야. 그치?”



그럴지도 모른다. 소영이의 말대로 이채는 늘 웃고 있으니까. 이채의 웃음소리는 아주 크면서도 듣기 싫지 않아서, 이채가 웃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고였다. 소영이도 실은 이채가 말을 걸어온다면 웃어버릴 수밖에 없을 거다. 하얗고 눈이 작고 웃을 때 초승달처럼 눈이 구부러지는 이채.


그 애는 내 뒤에서 세 번째 자리에 앉아 있다. 나는 아직 이채와 한 마디도 나눠본 적이 없다. 새 학기가 되었을 때, 내가 친구로 삼을 아이는 소영이로 정했다. 소영이가 나와 가장 닮았고 잘 어울렸으니까. 이채와 나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우리의 빛깔은 너무 다르다.


때때로 이채의 앞자리에서 이채가 언제쯤 웃음을 터트릴까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소영이의 심정을 슬프게도 이해한다. 선망받는 위치에 설 수 없는 소영이나 나 같은 아이들은 선망받는 아이들을 선망하거나 미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 애 웃음소리 너무 커서 듣기 싫어.”



소영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트에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도 때때로 이채가 미워질 때가 있다. 언제나 간단하게 모든 문제들을 쉽게 해결해버리겠지. 듣기 좋은 웃음소리와 세상 모든 빛을 다 담은 듯한 미소 띤 얼굴로.


그런 게 불공평한 거다.







“야, 이거 3반 이채 아니냐?”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남자애가 말했다. 지하철이 덜컹거리며 인천역에 멈추었다. 나는 지하철 문 근처에 선 채로 남자애의 스마트폰을 흘끔 훔쳐보았다. 남자애는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어느 반인지도 모를 남자애도 이채를 알고 있다. 남자애가 보고 있는 화면 속에는 이채가 어색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뭐야, 얘가 왜 인기 동영상에 올라와있냐?”



그때 지하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파도처럼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를 썼다.



“어어어!



한참을 휘청이다 술냄새가 흥건한 아저씨의 어깨에 치여 사람들 한가운데에 끼여버렸다. 남자애들의 목소리는 사람들 틈에 묻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까치발을 들고 남자애들이 앉아 있던 쪽을 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빽빽이 들어찬 사람들의 머리만 보일 뿐 남자애들은 보이지 않았다.



‘숨 막혀.’



이채의 웃는 얼굴 때문인지 아니면 나를 짓눌러 버릴 듯 들어찬 지하철 안의 사람들 때문인지 몹시 숨이 막혔다. 당장이라도 스마트폰을 꺼내 유튜브에 ‘이채’라는 이름을 검색하고 싶었지만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화면 속에서 웃고 있던 이채의 얼굴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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