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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un 18. 2021


깊은 심해에 잠긴 것처럼 마음이 혼란할 때

아름다운 연인들을 보며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조각이 눈부시게 예쁠 때

얼음이 담긴 유리잔에 맺혀있는 투명한 물기를 볼 때

나이 든 고양이의 눈동자에 동그랗게 내가 고일 때

오래된 선풍기 바람에 얇은 커튼이 흔들릴 때

가만히 누운 몸을 일으키기 싫을 때

빨래를 하나도 남김없이 해치웠을 때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을 때

거울에 비친 얼굴이 유난히 낯설 때

더 이상 장바구니를 채우고 싶지 않을 때

아름다움에서 서러움을 볼 때

바삭바삭 마른 수건을 잘 개어 정리함에 넣었을 때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놓고 먹고 싶지 않을 때

같은 영상을 10번쯤 되돌려보았을 때

같은 음악을 밤새도록 들어도 눈물이 날 때

매일 밤 지나간 것들에게 편지를 쓸 때

부록으로 살고 있는 기분이 들 때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울 때

밤 속에 숨어들고 싶을 때

태양 아래에서 부끄러워질 때

부서진 장난감을 쓰레기통에 버릴 때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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