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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Oct 18. 2021

읊조림

슬프다.

사라지고 싶다.

나의 언어는 가난하다


나의 진심은 닿지 않는다.

나의 말은 칼을 품고 있다.

눈을 감으면 꿈이 사라지길

내가 패치워크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의 조각들을 모아 기워 만든 패치워크

아름답고 싶었는데 그 안에 진짜 나는 없었다

지독한 멀미

세계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거대한 버스

나는 돼지의 눈을 가져

하늘을 보지 못하고

바퀴 옆의 낭떠러지만 쳐다본다


글을 쓰는 것은 슬퍼서다

행복할 때는 현실에 발 붙이고 있을 수 있다

슬퍼지면 어떤 말로도 나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니 입술을 굳게 닫고 글을 쓴다

물기 한 방울 남지 않은 사막

짓이겨진 눈길 위로 남은 바퀴 자국

실밥이 풀린 옷소매

날개처럼 흔들리는 지느러미

이런 걸 쓴다


좋은 것들만 모아

나를 만들고 싶었는데

쓸모없는 것들만 모아 기워붙인

넝마가 되었다

아니, 괴물이 된 걸까


같다는 말을 자주 쓰는 것도

것들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도

~적이 있다 라고 하는 것도

다 싫다 다 다 다


지우개가 있다면

제일 먼저 나를 지워야지


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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