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화성인이 산다. 처음에 화성인인지 알았다면 아마 세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겉모습은 지구인과 별반 다르지 않아, 나도 깜빡 속아버렸다.
그 화성인이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아예 우리 은하계를 떠나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안드로메다인’이라 부르기로 했다.
안드로메다인의 감정은 바람보다 더 자주 변한다. 갑자기 짜증을 내다가 이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또다시 엄마 인간에게 소리치다가도 어느새 안겨버린다. 어떤 날은 기분 좋게 나랑 놀다가도, 갑자기 팔로 나를 쳐버려서 ‘날개야, 날 살려!’ 하며 도망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느 날, 그녀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구름아, 나도 내 기분을 모르겠어. 미안해.”
엄마 인간은 그럴 때마다 “구름아, 이해해. 누나는 호르몬 때문에 그래.”라고 말한다. 호르몬이 뭔지는 모르지만, 안드로메다인에게는 그 호르몬이라는 것이 말썽을 일으키는 주범인 듯하다.
이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함께 사는 집에서는 서로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앵무새의 숙명이다. 앵무새도 아는 이 당연한 진리를, 정작 인간들은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이혼을 하는 부부의 절반 이상이 성격 차이로 헤어진다고들 한다. 그러나 사람의 생김새가 다르듯 성격도 다 다른 법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성격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겠다는 약속이 아니던가? 상대방에게 맞추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기를 낮추는 마음도 필요하다. 때로는 져줄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누나 인간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발견했다.
1. 대화 중 끼어들지 않기
누나 인간이 말할 때, 나도 한 마디 하고 싶어 끼어들어 짹짹거리면 곧바로 쫓겨난다.
2. 방문을 열기 전 꼭 노크하기
이건 엄마 인간이나 아빠 인간이 누나 인간에게 크게 혼나는 걸 보고 깨달은 것이다. 누나 인간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노크를 해야 하며, 안에서 대답이 들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답이 없으면 문 앞에서 끝까지 기다려야 한다. 누나 인간은 자신의 방문 앞에 커다란 경고문까지 붙여두었다.
3. 짜증 낼 때 어깨에 앉지 않기
누나 인간이 짜증을 낼 때는 그 신체 어디에도 앉아서는 안 된다. 기분이 좋을 때는 어깨에 앉는 것이 허락된다. 그때 누나 인간은 자기 얼굴을 내 얼굴에 부비기도 한다. 그때가 바로 누나 인간의 기분이 최고조일 때다. 그 순간을 잘 포착하여 어깨에 앉아야 한다.
4. 외출할 때 현관 앞에서 꼭 ‘화이팅’해 주기
후환이 두렵다면, 누나 인간이 외출할 때마다 꼭 배웅을 해줘야 한다. 현관 앞에서 ‘화이팅’이라고 한 마디만 해주면, 누나 인간은 엄청 좋아하며 “구름이도 나에게 인사해주네~”라고 신이 나서 엘리베이터로 뛰어든다.
5. 배변 금지
누나 인간의 방에서는 절대 배변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싸야 한다면, 반드시 누나 인간이 정해 준 장소에서만 싸야 한다. 나에게는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