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자연스럽게 결혼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누는 중 한 미혼인 남자 팀원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 아이를 낳으면 돈이 엄청 들어가지 않나요?"
미혼으로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었던 것 같다. 나 역시 결혼 전과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이 한 명을 기르는데 몇억이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비슷한 두려움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 차사는 거랑 비슷해. 아반O에서 제네시O까지 있어. 물론 경차도 있고. 내가 욕심을 부리면 한없이 높아지는 것 같고, 내가 조금 자제하면 그렇게 많이 안들 수도 있고 심지어 상황에 따라서는 아반*를 당근 market에서 살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진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렇게 많이 안들 수도 있어"
나는 육아 165일 차로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지는 않았다. 늦게 결혼해서 낳은 첫째다 보니 선물도 많이 받았고, 와이프랑 나이 차이가 좀 있다 보니 와이프 가족이나 친구들 중에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경우들이 많아서 물려받은 것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내가 구입한 것은 물려받을 수 없는 젖병이나 분유, 세제나 가제수건 정도일지 모르겠다. (기저귀도 카O오톡 선물하기로 많이 보내주셔서 아직도 쓰고 있다)
물론 첫아이이고 너무나 이쁘다 보니 가끔 너무 헌것만 주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여기저기서 물려준 옷들이 많고, 그중에는 너무 많이 낡아서 그냥 바로 버려야 했던 옷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이 워낙 금방 크는 바람에 몇 번 입히지 못한 옷들이 많기 때문에 쉽게 새 옷을 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겨울 아기였던 우리 아기에게 겨울 우주복은 물려받은 것이 없어서 내가 고르고 골라서 샀던 당근 디자인의 옷을 날이 따뜻해지기 전까지 참 열심히도 입힐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제일 재미있는 것은 여기저기서 준 육아용품들을 정리하다 보면 그래도 사야 할 것들이 생길 때가 있는데, 그마저도 새것을 알아보다가 아이의 성장을 고려해서 실제 사용기간을 추측하다 보니 자연스레 당근 market에 접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곳에 올라오는 많은 제품들도 상황은 거의 비슷해서 선물 받거나 샀던 제품들이 막상 아이들이 금방 크다 보니까 버리기는 아깝고, 주변에 물려줄 아이가 없으면 다만 얼마라도 받고 팔자라는 느낌으로 올리는 경우들이 많아서 참 유용한 제품들이 많이 올라온다. 특히, 그곳은 중고 country랑은 달라서 사기의 위험성도 낮고, 지역 거래이다 보니 그 날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아주 매력적이다.
당근 market에 좋은 제품이 올라올 때는 경쟁도 심한 편이어서 무엇인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는 와이프가 알람을 신청해놓고 신경을 쓰곤 한다. 기다리고 있던 제품이 올라와 알람이 울릴 때면 평소에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와이프도 엄청난 반응속도로 움직이곤 한다. 그리고 좋은 제품의 거래가 성사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퇴근길에 와이프에게 연락이 온다.
"우리 아기 동화책 샀거든. OOO아파트예요. 퇴근길에 들려서 받아 줄 수 있어요? 현금 있으면 바로 줘도 되고요."
나는 세 번 정도 이런 전화를 받았던 것 같은데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다. 다른 아파트에 가서 초인종을 누르면 아이를 안은 엄마가 나에게 제품을 전달한다.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물건을 받아 집에 오면 와이프는 너무 고마워하고 신나 하며 바로 닦아서 아이에게 주는데, 이게 뭐라고 나름 뿌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몇 번의 구매의 경험과 판매의 경험을 해보고 나니 정말 재미있는 게 눈에 보였다. 대부분의 당근 market의 거래자는 엄마들이고 수거와 배송은 아빠들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가 직접 받으러 갈 수가 없으니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참 재미있는 상황이긴 한 것이다. 그러니 가끔 엄마와 아빠의 차이로 인한 다툼도 발생한다고 들었다. 엄마는 사진을 믿고 거래를 했고, 아빠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심부름을 하다 보니 사진과 다른 사용감이나 흠이 있는 경우는 애매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재미있는 상황들은 육아를 하고 있는 어느 집이나 자연스레 발생하는 일들이고, 어느새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만나는 아빠들의 모습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특히, 아빠들을 끊임없이 이렇게 심부름하게 하는 것은 좋은 아이템을 저렴하게 득하고, 그 아이템을 아이가 아주 좋아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이미 당근 market을 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사람(남자)은 육아 아이템 심부름으로 시작해서 이사 갈 때 에어컨까지 팔고 사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중요한 것은 이 사회의 육아 아이템은 공공재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기르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개인의 선택으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은 부모의 본능은 쉽게 절제할 수 없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연일 TV에서 나오는 화려한 육아 프로그램의 모습들은 우리 부모의 눈을 높여 놓거나 상대적 박탈감과 죄책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그런 부모들의 마음이 서로에게 물려주고 필요 없어진 물건들을 저렴하게 팔고 사는 시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를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모든 것을 다 새것으로 사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래 사용하지 못할, 그리고 아이가 좋아할지도 모르는 장난감들을 무리하면서까지 사주기보다는 가까운 사람들과 이웃의 언니 오빠들의 것들을 물려받아서 조금 더 그 제품들의 수명을 늘려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육아를 경험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육아 비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분명히 그전보다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부모가 많은 비용을 소비하며 아이를 기르는 것이 아니며,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을 소비하느냐가 내가 얼마큼 아이를 사랑하느냐의 잣대도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어르신들이 요즘 육아를 하는 모습을 보면 별별것이 다 있다는 말을 하신다.
" 아이고 우리 때는 그런 거 없이도 다 잘 키우기만 했다"
라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물론 시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육아를 도와주는 엄청난 아이템들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그걸 접해본 엄마들은 그 아이템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생각보다 엄마들은 스마트하며,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런 성향을 발전시켜주는 다양한 플랫폼도 개발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육아를 도와주는 엄청난 아이템들이 더 스마트하게 공유될 것이며, 그런 똑똑한 엄마들의 지령을 받은 성실한 아빠들의 심부름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한 가정의 역할과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각 집의 문턱이 낮아 서로서로 도와가며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이 많았다면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더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이웃간이지만 다양한 채널과 루트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함께 키워가고 성장시켜나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이가 커가는 동안 몇 번의 당근 market 아바타를 자처해야 할 것이며, 또 다른 아바타들이 우리 집에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교류가 우리 마을에서 우리 아기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모습이 되어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