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

by 박희종

나에게 아이가 찾아온 지 어느덧 150일이 지났다. 물론 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나올 준비까지 포함한다면 더 긴 시간이겠지만 정말 실제로 아이와 만나고 이 아이가 나의 삶에 들어온 것은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동안 나는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고, 그 모든 순간들은 나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나와 와이프는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이것저것 참 많은 것들을 알아보고 준비했다. 출산용품부터 태아보험, 아이를 위한 가구와 장난감, 육아 아이템들까지 그리고 그 시절에는 밤마다 태교를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짬짬이 육아에 관련된 책도 읽었다. 주로 목욕시키는 법, 수면교육, 피부관리, 분유나 모유 먹이는 법등 아이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는 책들이었다. 그런 책들과 수많은 주변의 조언들, 육아 아이템의 유투버나 블로거들 모두 우리에겐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모든 책들과 콘텐츠들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표현들이 있었는데, 바로 아이를 키운다/기른다 였다. 물론 그런 표현이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며,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150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내가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보다는 아이가 나에게 주는 행복과 깨달음이 더 크기 때문에 내가 아이 덕에 더 자라고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그러니 나에게는 내가 아이를 일방적으로 키운다는 표현보다는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내 삶에 찾아오고 나서 내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나의 중심이던 삶이 우리의 중심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항상 내가 하고 싶던 것과 내가 가고 싶던 곳, 내가 먹고 싶던 것들을 와이프와 상의하며 해나갔었는데 모두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를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이 생겨났고,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그런 것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더 늘어날 것이다. 나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아이 때문에 삶이 변했다


아이 때문에 갈 수 없는 곳이 많아졌다


아이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느껴진다. 아이가 오면서 달라진 게 너무나 많지만 그 변화가 아주 재미있고 행복하다. 우는 아이를 위해 자다가도 거실로 뛰어나오고, 트림을 시키기 위해 등을 쓰다듬고,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목욕물을 받고, 아이가 잠들 때까지 안고서 노래 부르는 모든 순간이 이 아이가 없던 순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삶이며 새로운 기쁨이기 때문이다.


혼자이던 나의 삶에 와이프가 들어왔을 때도 정말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와이프 함께 훨씬 큰 행복이 따라왔다. 분명히 그 행복을 누리기 위해 포기한 것도 고친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에게 맞춰가며 우리만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기 시작하면서 변화에도 행복에도 적응해나갔다. 그리고 이제 그렇게 달라지고 변해버린 우리의 삶에 또 다른 존재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 아이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하고 같이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지 않을 것이다. 이 아이는 이미 충분한 생명이고 소중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시간과 상관없이 그 아이의 삶과 선택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아이가 아직 어려서 선택도 할 수 없고 책임도 지지 못할 상황이라고 한다 해도 나중에 언젠가 이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말도 못 하는 작은 아이라도 일방적으로 내가 키우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 아이와 앞으로 꽤 오랜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나에게도 이 아이에게도 부디 행복한 추억으로 만들어 가길 바란다. 그렇다면 내가 이 아이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키워나간다는 부담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삶과 시간이 서로에게 행복을 줄 수 있도록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우리 집에 내가 너무 사랑하는 손님이 찾아왔다. 이 손님은 이 세상 여행이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내가 많이 알려주고 도와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 손님이 처음이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내가 무엇인가를 강제로 결정하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차피 나의 역할은 그의 선택을 도와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지 않을 것이다. 그냥 오로지


어떻게 하면 이 아이와 더 재미있게 살아갈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좋은 추억들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것들만 생각하며 기쁘게 살아갈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위해 희생이 아닌 노력과 고민을 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나중에 이 아이도 우리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즐거운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어있지 않을까?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도 부모가 책임져야 짐도 아니다. 그저 서로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소중한 존재 일 뿐이다.

IMG_20191124_115521_492.jpg


keyword
이전 19화애들은 자꾸 안아주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