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6개월 예방접종을 맞았다. 주사를 세 가지 종류나 맞았고, 먹는 약까지 있었다. 아이는 주사를 맞는 동안 크게 울지 않았고, 약도 의젓하게 꿀떡꿀떡 잘 먹었다. 예방접종을 맞은 날은 아이가 열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2번의 경험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걱정스럽게 아이를 지켜보며 수시로 체온을 체크해야 했다.
괜히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는 왠지 평소보다 컨디션이 안 좋은 느낌이었고, 낮잠도 잘 들지 못했다. 마지막 수유를 하고 아이를 재우는 과정에도 다른 날보다 투정이 많았다. 우리는 조금은 걱정스럽게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를 재우고 우리도 평소보다는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시작은 1시쯤부터였다.
새벽 1시. 아이의 울음에 잠에서 깼다. 아이에게 가서 몸을 만져보니 37.5도. 열이 있었다. 우리는 창문을 열어 방 온도를 좀 낮추고 바지를 벗겼다. 그대로 열이 좀 내리기를 바라면서 아이를 달랬다. 자꾸 안아달라는 아이의 투정에 최대한 열이 오르지 않도록 접점을 줄여서 아이를 안았다. 다행히 잠이 들었고, 침대에 누여서 재웠다. 하지만 아이는 평소보다 더 많이 뒤척이며 칭얼대었고, 잠시 후 다시 체온은 재보니 체온이 38.2도까지 올라가 있었다. 우리는 상의도 벗기고 미온수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수건이 차가워지면 안 좋다는 말에 미온수를 떠다가 자꾸 갈아주며 아이의 몸을 닦아줬고, 그래도 체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서 창문을 닫고 약하게 에어컨을 틀었다.
우리 부부는 보통사람들보다는 추위를 잘 타는 편이다. 다행히 부부의 온도가 비슷한 편이어서, 우리는 겨울에 난방도 여름의 냉방도 비슷한 온도에 쾌적함을 느낀다. 아이의 열 때문에 에어컨을 틀자, 우리 부부는 동시에 썰렁함을 느꼈다. 옷방에 가서 바로 옷을 꺼내 입었다. 나는 기모가 들어있는 집업 후드티를 목까지 올려서 입었고, 와이프는 후리스를 2개나 껴입었다. 그렇게 옷을 입고, 에어컨을 켠 상태로 미온수로 아이의 몸을 닦아주다 보니, 아이의 체온은 서서히 떨어졌고, 5시쯤 아이는 잠이 들었다. 우리도 그렇게 옷을 입은 채 겨우 쪽잠을 잘 수 있었다.
나는 어렴풋이 어릴 적에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잔병이 없던 체질이라 자라면서 크게 아팠던 기억은 없지만, 초등학교 시절 감기가 심하게 걸려 밤새 고열에 시달린 적은 있다. 그때 어머니는 숟가락에 핑크색 가루약을 물에 섞어 먹이시고는, 밤새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주셨다. 나의 기억에는
"추운데 왜 옷을 벗으라고 하지?"
"왜 자꾸 물수건으로 몸을 닦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 그 당시에 어머니가 얼마나 걱정되는 마음으로 물수건을 갈고, 내 몸을 닦고, 해열제를 먹였는지....
긴 밤을 보내고 아침에 출근을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최대한 조심히 침대에서 나왔지만, 아이는 나의 부스럭거림에 잠에서 깬듯하다. 씻는 동안 아이가 우는 소리가 계속 들렸고, 씻고 나오자 거실에서 와이프가 수유를 하고 있었다. 열은 많이 내려가 있었고, 모유까지 든든하게 먹은 아이는 출근하는 아빠에게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아직도 완전하게 열이 떨어지지 않은 아이의 상태를 카톡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 와중에 열이 있는데도 잘 놀고 있는 아이의 사진을 와이프가 보내주고 있다.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부모의 욕심은 모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빼어난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 남들보다 더 공부도 더 잘했으면 좋겠다."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갖고 더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욕심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작은 경험으로도 나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오랜 인생의 경험은 아닐지라도, 살다 보니 공부를 조금 못해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었고, 좋은 학교를 나오지 못해도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뛰어난 재능이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도, 좋은 직업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우리 아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유기농에 무항생제에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영양제도 챙겨 먹이겠지만, 무엇보다도 방에 앉아서 책을 읽는 시간만큼, 공원에 가서 함께 뛰어노는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는 시간만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시간도 만들어야겠다. 친구들과 싸우고 다퉈서 힘들어하는 시간만큼,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들을 선물해야겠다. 그렇게 아이의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들을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좋은 성적보다, 자랑스러운 상장보다, 튼튼하고 건강한 몸과 정신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