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엄마다.

아빠의 한계

by 박희종

엄마는 엄마다.

아내는 튼튼한 체질은 아니었다. 결혼 전부터 마른 편이었고, 몸도 약한 편이었다. 아내를 처음 본 어머니는 첫눈에 마음에 쏙 들어하셨지만, 항상 약해 보이는 모습에 살을 좀 쪄야 한다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용돈을 주시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몸이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임신을 하면서 문제는 좀 심각했다. 원래부터 낮은 체력에 입덧이 심해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니 살이 빠지고 기력이 없었다. 얼굴은 항상 창백했으며, 일상생활조차도 많이 버거워했다. 그래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다. 심지어 배가 점점 나오면서 허리 통증이 좀 생기기 시작하자 병원에서는 제왕절개를 권유하기도 했다. 나는 솔직한 마음으로 제왕절개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체력이 너무 떨어진 생태에서 자연분만을 통해 아이를 낳다가 다른 곳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나와 같은 상황을 걱정하면서도 제왕절개가 아이에게 좋다는 사실 때문에 자연분만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결국, 아내는 자연분만을 하기로 했고, 양수가 터졌던 새벽. 아내는 허둥대는 나보다 훨씬 침착하게 아침 식사도 하고, 분만 가방도 차분하게 챙겨서 병원으로 향했다. 출산이 이어지는 내내 나는 옆에서 아내의 손만 잡고 호흡을 함께해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아내는 차분하게 의사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나씩 잘해나가고 있었다. 출산은 큰 문제없이 무사히 끝났고, 예상했던 것보다는 큰 어려움 없이 우리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출산을 하고 병원에 있던 첫날. 허리가 너무 아파서 밤새 울기도 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아내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나씩 해내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젖을 주고, 아이 돌보는 법을 배우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아내가 엄마로 변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조리원에서, 우리 집에서, 아내는 항상 힘들어 보이고 지쳐 보였지만, 아이를 만나는 순간에는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이 되었다. 내가 퇴근을 하면 우리는 매번 아이의 놀라움을 이야기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내는 힘들고 어려워도 모유를 먹이고 있다. 아내가 자연분만을 선택했을 때처럼, 아이에게 더 좋다고 하는 모유를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서 8개월이 지난 지금도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다. 나는 아내의 몸이 좋지도 않고, 엄마들이 너무 힘들다는 말에, 모유를 길게 먹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길어야 6개월.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7개월이 지나도, 아이에게 좋다는 말에 아내는 모유를 쉽게 끊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아내는 이유식도 만들어 먹이고 있다. 우리는 보통 아이를 재우고 난 저녁 8시부터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해서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마무리를 한다. 우리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유식의 식단을 짜는 것부터 재료를 사는 것, 손질하고 조리하는 것, 담아서 보관하고 먹이는 것까지 모조리 아내의 몫이다. 내가 고작 도와주는 것은 장을 함께 보러 간 것과 이유식을 타지 않게 저어주는 것, 약간의 뒷정리뿐이다. 육아 때문에 항상 지치고 힘들어하는 와이프는 그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먹이겠다는 마음으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있다.

나는 육아를 함께 하는 아빠라고 생각한다. 되도록이면 많은 부분을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심지어 아이의 막수를 먹이는 것과 잠을 재우는 것은 아예 나의 몫으로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엄마는 엄마다."

많은 엄마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힘든 상황들을 아이라는 이유로 모두 참고 견뎌지는 듯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치고, 힘들고, 아프다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밝은 표정들로 아이에게 전달하고 있다. 얼마 전에 아이의 이유식 재료를 사기 위해 동네의 마트를 산책 겸 걸어간 적이 있다. 나는 아이를 아기띠에 메고 걷고 있었고, 아내는 장을 본 무거운 짐을 들고 함께 걷고 있었다. 아기띠의 특성상 아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은 나는 직접적으로 놀아 줄 수 없었지만, 아내는 걷는 내내 무거운 짐을 들고서도 아이와 눈을 맞추며 동요를 불러주었다. 심지어 길에 사람들이 있는대도 상관하지 않고 춤을 추듯 율동도 해주었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아주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었는데, 그 모습에 아내는 더 신나서 노래를 불러주고 즐거워했다.

엄마는 엄마다. 내가 아빠로서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해도, 엄마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들은 자신의 그 역할을 잘 알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위한 힘을 내고 또 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결국 엄마다. 그리고 엄마들은 그 엄마라는 이름만으로도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만큼이나 대단한 기적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앞으로 나의 아내를 위해 남편으로서의 모습에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는 할 일이 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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