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풍보다 두려운 밤

by 박희종

아이의 열이 39.6도까지 올랐다. 병원에 갔을 때 40도까지는 오르락내리락할 거라는 말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덜컥 겁이 나는 것은 사실이었다. 심지어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안고 있는데, 아이가 움찔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걱정이 돼서 나는 바로 아내에게 가서 아이를 안게 했다.

우리는 우선 미온수로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고, 처방해 준 해열제를 먹인 지 2시간이 안되었기 때문에 약은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내는 열심히 아이의 몸을 닦아줬고, 나는 따뜻한 물을 갈아주기 위해 주방을 오갔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편의점에서 봤던 쿨 패치가 떠올랐다.

"아이들 열날 때 이마에 붙이는 거 있던데, 사 올까?"

"어. 한번 다녀와요"

나는 바로 차를 끌고 나와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뒤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두 번째 편의점에서 허탕을 친 나는 세 번째 편의점으로 향하며, 이곳에 없으면 24시간 마트라도 가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 번째 편의점에는 아이용 쿨 패치가 있었고, 나는 얼른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가니 아내는 아이의 몸을 여전히 따뜻한 물로 닦아주고 있었고, 아이는 여전히 졸려서 아내에게 치덕 대고 있었다. 나는 설명서를 보고 이마에 쿨 패치를 붙여주었고, 시간이 되어서 해열제도 먹였다.

이제 열은 38.4도까지 떨어졌고, 약도 먹였기에 우리는 아이를 재우기로 했다. 아이는 엄청 졸렸는지 바로 잠들었고, 우리는 불안한 마음에 아이의 방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아이의 방에서 잠이 들기는 했지만 나는 수시로 깨서 아이의 몸을 만져볼 수밖에 없었고, 아이의 몸이 뜨겁지 않은 걸 확인해야 다시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살짝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오빠는 왜 아이방에서 잔 거야? 괜히 불면하기만했잖아"

아마도 아내도 밤새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고 잠을 설친듯했다. 다만, 그 시간이 서로 겹치지 않아서 상대방은 편히 잠들었나 보다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밤새 10번은 깼어. 아기 열은 어떤가 해서"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잠을 자지 못한다. 비록 같이 졸기도 하고 잠깐씩 잤다고는 하지만, 신경은 온통 아이에게 쏠려 있었다. 나는 원래 잠귀가 어둡기로 유명하고, 잠도 쉽게 드는 편인데, 아이가 아프니 그런 나의 성향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셨을까?


또 우리 아버지는 얼마나 무언가를 찾아 동네를 누비셨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자라온 우리는 이제야 하나씩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도 안되고, 편의점도 없었을 텐데.


그 무섭고 떨리는 밤을 어떻게 이겨내셨을까?

태풍이 불던 어젯밤. 쿨 패치를 사기 위해 동네를 뛰어다닐 때, 비도 떨어지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새벽의 거리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태풍도, 비도, 바람도, 나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오로지

"제발 있어라. 제발 있어라."

이 생각뿐이었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그리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이렇게 길러주신 부모님들이. 그리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겁나는 밤에 함께 의지할 우리 부부가.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우리의 밤을 잠 못 들게 하리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내 바람은 아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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