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며칠 동안 열이 있었다. 첫날,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보통 이맘때 아이들은 이렇게 갑자기 열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돌발진이라고 이야기하는데(혹은 돌치레라고도 하더라), 돌발진의 경우 보통 만 3일 정도 앓고 나면 열꽃이 피면서 낫는다고 하셨다. 다만, 돌발진은 지나 봐야 아는 거라, 혹시 해열제를 먹고도 열이 떨어지지 않거나, 아이가 기운이 없이 축축 처지면 꼭 병원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이 경우는 보통 바이러스로 발생이 되는데, 특징이 열은 올라도 아이들이 잘 논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돌발진이 돌 쯤의 아이들에게 발생되는 발진이라 "돌 발진"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나는 발진이라 "돌발 진"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아이와 함께 열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아이는 주로 시원한 옷을 입히거나 열이 좀 많이 오르면 벗겨놓기도 했었고, 시간 단위로 열을 체크하면서 잘 떨어지지 않을 때는 해열제 교차 복용도 했었다.
이때 아이 해열제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한 것 같다. 대표적으로 3가지인 각기 다른 성분의 해열제들을 어떻게 먹이는 것이 좋은지, 교차 복용은 어떻게 하는 건지, 우리는 서로 열심히 검색도 하고 약국에 물어보기도 하면서 아이의 열을 관리해 나갔다.
그 사이 내가 올린 글에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이미 하신 많은 선배님들께서 걱정과 조언을 해주셨고, 많은 아이들이 의례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더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3일째부터 열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해열제를 먹는 텀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던 어설픈 지식으로는 열꽃이 펴야 돌발진이고, 다 나아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수시로 아이의 몸을 살피며 열꽃이 피지는 않았는지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곤 했다.
"열꽃이 피지 않으면 돌발진이 아닌가?"
"돌발진이 아니면 다른 데가 아픈 거 아니야?"
우리는 열은 떨어졌는데, 열꽃이 피지 않자 또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열심히 검색하다 보니 열꽃이 피지 않고도 지나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을 찾고는 조금 안심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마음속으로는 걱정이 딱 가시지는 않아서 내일 병원에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어! 폈다! 열꽃이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의 몸을 살펴보던 나는 작게 솟아나기 시작한 열꽃을 발견했다. 나에게는 긴 겨울에 끝에 피어난 벚꽃보다도 반갑고 이쁜 꽃이었다. 그렇게 피기 시작한 열꽃은 점점 더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금세 온몸과 얼굴, 머릿속까지 붉어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열꽃은 아프거나 가렵지는 않다고 해서 아이는 긁지도 않고 잘 놀곤 했다.
"돌발진이었다!"
"다행이다. 울 아기 다 아팠나 보다."
우리는 예쁘게 피어오른(내 눈에만) 열꽃에 한시름을 놨고, 아이는 그동안 열과의 전쟁이 힘들었는지, 주말 내내 평소보가 훨씬 많은 잠을 잤다. 재미있는 것은 돌발진의 특징이 열꽃과 왕짜증이라고들 하던데, 우리 아이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와서, 평소와는 다른 목청으로 짜증을 부리곤 했다. 오늘 아침이 되자 그 열꽃도 거의 사라졌고, 예전처럼 하얗고 예쁜 얼굴로 돌아왔다.(열꽃도 갔으니, 왕짜증도 보내자~^^)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많은 선배님들이 하시는 말 중에 가장 와 닿는 말은
"아이가 크려고 아픈 거야."
이 말이었다. 아이는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더 쑥쑥 크기 위해서 열심히 아프고 이겨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라면서 여러 가지 성장통들을 겪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힘들더라도 싸워 이겨나가며, 쓰윽 자라고 성장한다. 이제는 다 커버린 부모지만 우리도 아이의 성장통과 함께 부모로서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고 있다. 아프고 힘든 시간들은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은 것들이지만, 잘 이겨내고 버텨내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도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만 3일의 돌발진은 우리 가족을 걱정도 시키고, 잠도 설치게 하고, 힘들게도 했지만, 그만큼 우리 가족의 몸과 마음도 한 단계 성장시켜주었던 기특한 과정이 된 것 같다. 무사히 지나가서 그저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