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돌사진을 찍던 날

돌준대디 1단계

by 박희종

주말에 아이 돌사진을 찍었다. 50일 사진은 조리원과 연계된 사진관에서 무료로 촬영했고, 100일 사진은 집에서 내가 직접 찍었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사진을 찍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평생 남는 돌사진이니 만큼 정말 예쁘게 잘 찍어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한 2달 전부터 열심히 찾아봤던 것 같다.

우선 처음에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100일 때도 한번 알아보긴 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튜디오들은 이미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혹시 내가 놓친 곳이 있을까 봐 다시 한번 꼼꼼하게 알아보았다. 우리 지역에는 맘에 드는 곳이 한 곳 있었는데, 가격이나 콘셉트가 꽤 맘에는 들었지만, 딱 여기다.라는 확신이 들지는 않아서 후보군으로만 남겨 두었다.

그리고는 조금 더 넓게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으로는 처제네 아이가 사진을 찍었던 곳이었다. 강남이라서 멀기는 했지만, 아주 심플한 콘셉트에 사진도 잘 나와서 이미 우리 친적들도 많이 찍은 곳이었다. 실력이나 결과물에 대한 신뢰는 있었지만, 걸리는 것은 그만큼 주위에서 많이 찍었기 때문에 친척들끼리 돌사진이 다 같다는 사실이었다. (솔직히 서로 비교해볼 것은 아니어서 상관은 없지만, 부모 마음이 또 그런 게 아니어서 망설여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위치나 가격 등은 고려하지 않고 우선 사진만 찾아보기로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각종 SNS와 검색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고, 수많은 아이들의 돌사진을 보다가 정말 맘에 쏙 드는 곳을 찾아냈다. 가격도 꽤 있는 편이었고, 위치도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눈은 다 같은지 그곳은 예약이 밀려있었고, 우리는 한 달을 기다려야만 찍을 수 있었다. (다행히 워낙 미리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을 기다려서 우리 아이가 드디어 사진을 찍는 날이 되었다. 나는 맘에 쏙 드는 스튜디오를 찾아낸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쿨하게 있었는데, 실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사진은 아이의 컨디션이 제일 중요해!"

이미 나만큼이나 열심히 알아본 아내는 며칠 전부터 아이의 당일 컨디션을 걱정하고 있었다. 충분히 그럴만한 것이 아이가 많이 울거나 짜증을 부리면 예쁜 사진을 찍기 어려울 것이고, 인기가 많은 곳이라 시간 단위로 예약을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마냥 우리 아이만을 위해 기다려 주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는 그날의 아이의 스케줄을 신중하게 설계했다. 평소처럼 6시 30분쯤 일어난 아이는 1시간 정도 놀았고, 7시 반쯤 아침 맘마를 먹었다. 8시까지 아침을 먹은 아이는 분유도 먹고, 응가도 하고, 목욕도 해야만 했다. 원래 우리는 밤에 목욕을 시키고는 하는데, 그래도 사진 찍기 전에 씻는 것이 더 뽀얗게 나올 것 같아서 모험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하고 10시 전에는 오전 낮잠을 자야만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하필이면 아내가 몸이 안 좋아 다니는 한의원이 그날밖에 예약이 안돼서 꼭 오전에 다녀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우선 아이가 놀다가 응가도 하고, 목욕도 해야 해, 그리고 10시 전에는 잠이 들어야 아이 컨디션이 좋을 거야. 할 수 있겠어?"

"어! 걱정하기 말고 잘 갔다 와"

아내가 한의원에 가자마나 나는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잡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이쁘게 아침 응가까지 한 아이를 화장실에 들어가서 씻기고는 어차피 벗은 김에 바로 물을 받아 목욕을 시키기 시작했다. 아이는 미니 풀장에서 물놀이를 하듯이 목욕을 했고, 한참을 놀고 나서 졸려 보이는 표정이 나오자마자 바로 목욕을 끝냈다.

"오늘 사진 찍으니까 촉촉하게 로션 잘 발라줘요."

나는 가기 전에 아내가 당부한 말이 떠올라 로션까지 듬뿍듬뿍 촉촉하게 발라줬다. 그러고 나서 아이방에 데리고 오니 아이는 많이 졸렸는지 5분도 안돼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의 오전 스케줄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아내는 한의원에서 돌아와서, 아내 없이 모든 미션을 완수한 나의 둥디를 팡팡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 촬영을 위한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했는데, 기본적으로 아이가 외출할 때 챙기는 것들 이외에, 아이가 잘 웃는 아이템들을 중심으로 장난감 가방까지 따로 챙겼다. 심지어 아이가 엄마나 아빠가 입에 빵을 물로 흔들 때마다 엄청 웃기 때문에 아이를 웃길 빵까지 따로 챙겨야 했다.

아이는 1시간 반 이상은 잤으면 좋겠다는 우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한 시간 10분 만에 잠에서 깼고, 우리는 2시의 촬영 시간에 맞춰 미리 출발하게 되었다. 원래 우리가 가장 이상적으로 꿈꾸던 계획은 아이가 차에서 좀 잠을 자고 1시쯤 도착하게 되면 차에서 맘마를 먹고, 기분이 제일 좋은 상태로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 성공적이었던 오전 스케줄과는 다르게 아이는 차에서 한숨도 잠을 자지 않았고, 심지어 스튜디오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를 달래기 위해 간식을 많이 주다가 보니 정작 도착해서 아이가 밥을 먹어야 하는 시간에는 밥도 잘 먹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아이는 졸리고 배고픈 상태에서 촬영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체념한 상태로 스튜디오에 들어섰는데, 다행히도 워낙 신기한 것이 많이 보여서 그런지 아이의 눈이 엄청 커졌다. 들어가면서부터 거기 계신 작가님들에서 반갑게 손인사를 하기 시작한 아이는 우리의 걱정과는 다른 게 신나 하고 있었다.

예쁜 한복으로 갈아입고, 아이를 웃게 하는데 탁월한 기술이 있으신 작가님의 도움으로 아이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요즘 들어 낯을 좀 가리기도 했었는데, 웬일이지 작가님들에게는 낯도 가리지 않아서 울지도 않고, 짜증도 안 내고 사진을 잘 찍었고, 중간중간에 너무 졸려서 멍한 상태가 되기도 했지만, 금세 또 신나서 웃곤 했다. 우리는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가져가 아이템을 총동원했고, 작가님 옆에서 연신 아이를 웃게 하기 위해 온갖 재롱을 다 피웠다.

그렇게 한 시간의 촬영이 끝이 났고, 마지막 콘셉트에서 문을 잡고 "까꿍"하며 찍은 사진은 내 인생의 인생 사진이 되었다. 우리는 현장에서 그 날 찍은 320여 장의 사진을 받았고, 이제 그중에서 액자를 만들 사진을 초이스 해야 하는 엄청난 미션을 받았다.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그렇게 차에서 안 자고 짜증 내던 아이가 돌아오는 길에는 얼마나 고단했는지 바로 잠에 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말 내내 320장의 사진을 보고 또 보며, 웃고 행복해했고, 액자로 만들 사진은 아직도 고르지 못했다. 아직은 며칠을 더 보고 즐거워할 예정이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다.

아이를 위해 찍어주는 사진이었지만, 찍는 과정도 찍은 후에도 우리가 더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 돌사진도 다 부모의 욕심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또 그러면 어떤가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부모님들과 형제들, 궁금해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보내주었다. 모두가 뜨거운 반응으로 리액션을 해주었고, 즐거워해 주었다. 뭐 이 정도면 욕심부릴만하지 않을까? 아이도 결국에는 예쁜 사진이 남으니까 말이다. 아이에게 평생을 간직할 예쁜 사진도 만들어 주었지만, 우리도 평생을 두고두고 떠올릴 너무 즐거운 추억을 만든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하고 뿌듯한 하루였다.

그리고 남은 교훈

1. 무슨 행사건 간에 아이가 주인공인 경우, 아이의 컨디션이 제일 중요하다.

2. 그런데 아이의 컨디션은 절대 우리 맘대로 되지 않는다.

3. 그리고 어떤 상황이던지 간에 아이와의 시간은 즐거운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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