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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권조 Apr 26. 2024

부산 가는 길 : 4일 차, 밤

안성 ▶ 이천 ▶ 음성


4일 차, 밤이라 하지만 실상은 그냥 4일 차 파트 2


이천을 벗어나, 음성에 들어서자마자 편의점 안내판을 보았다. 로드뷰로 2015년부터 최근까지의 모습을 보았는데, 다른 사진에서는 안내판을 찾을 수 없었다.


걸어서 지나던 그즈음에 잠시 설치했다가 철거된 모양이다. 참고로, 당시 찍은 사진에 위치 정보가 따로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GPS는커녕 데이터 연결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배터리 소모가 심했기에 그럴 여유는 없었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위치를 찾는 방법은 단순하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에는 일생로라는 길 이름과 함께 375 → 809라는 숫자가 쓰여 있다.


그러므로 지도에서 '일생로 375'를 출발지로, '일생로 809'를 목적지로 설정하여 경로를 탐색하면 당시 내가 걸었던 길의 일부를 추적할 수 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대감 상승

사진 중앙에는 전봇대가 있고 거기 지게차를 광고하는 전단이 붙어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 전단만큼은 최근 사진에서도 멀쩡히 붙어 있다는 사실이다.




곳곳을 걸어 다니면 다양한 조형물만큼 낯선 장소 또한 자주 마주치게 된다. 코이랜드, 생극 추모공원, 큰바위얼굴 테마파크, 관성 체험학교 등이 그러하다.

왼쪽 위부터 시게순서로 만난 장소들

'코이랜드'는 이제와 정리하면서 검색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비단잉어를 양식하고 판매하는 곳인 모양이다. 걷던 때에는 비단잉어를 구경하는 곳일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극 추모공원'은 고인들을 모시는 공간인 모양이다.

'큰바위얼굴 테마파크'는 석조 조형물을 장식한 공간인 듯한데 직접 들어가진 않았다. 그럼에도 강렬한 인상 때문에 기억에 꽤 오래 남았다.

'관성 체험학교'는 사진을 찍을 때에는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곳으로 추측했던 것 같은데 다시 찾아보니 오토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도를 열어 살펴보면 일생로를 따라 걷다가 가지를 치듯 벗어나 갈 수 있는 곳들이었다. 오후 5시에 다다르는 때였고 시간이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사진만 찍고 훅 지나갔나 보다.



그저 길 이름이 귀여워 찍은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일생로에서 벗어나 토끼실길에 올랐다. 문득 든 의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좌에서 우로 또 위에서 아래로 글을 읽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면 토끼실길 1에서 토끼실길 141까지 이어져 있다는 의미로 보이는 표기가 '141 ← 1'과 같이 쓰여있다. 단순 실수는 아닐 것인데 검색으로는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길을 쭈욱 걸어서 웬 공원에 다다랐다. 사진을 이리저리 비교해 내린 결론은 생극 응천공원. 출렁다리도 있는 모양인데, 그때엔 알지 못했다. 아담한 천변을 끼고 있는 공원에서 기억하는 건 '그라운드 골프'와 '지압 자갈길'이었다.

가까이에 그라운드 골프회와 면사무소에서 내건 현수막이 있었다.

어르신들이 공원 한편에서 그라운드 골프를 치고 있었다. 그저 게이트볼과 같은 것이리라 생각했는데, 서로 규칙이 다르다. 다른 도보 여행에서도 음성에 들렀을 때, 어르신들이 비슷한 운동을 하는 걸 보았는데 당시에는 그저 게이트볼을 하고 계시는구나~ 하고 말았더랬다.


천변 맞은편에는 식당과 주택, 어쩌면 숙박 시설이 있을 만한 풍경이 보였다. 그러나 오후 5시를 막 넘긴 때에 일정을 멈추는 건 부담스러웠다. 보통 계속 걷는 게 부담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여하간, 전반적인 이동 방향에 걸쳐 있으면서도 발바닥을 지압할 수 있는 자갈길을 만나 아주 약간 신난 나는 한동안 자갈을 걸었다.

조금 더...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감성적으로 찍을 순 없었던 걸까

자갈길 가까이에 10~20분 정도 앉아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지난 여행을 정리하고 보니 유독 자주 쓰는 단어들이 있다. '당시'와 '모양'이다. 주로 '당시에는 그게 편했던 모양이다'와 같이 사용하고 있다. 균형 잡힌 식단처럼 다양한 표현을 골고루 담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질 않는다.


공원에서부터 한 시간도 걷지 않아 저녁을 먹었다.


굳이 밥 뚜껑을 열고, 수저를 정갈하게 놓고 사진을 찍었다. 굳이…?

로드뷰를 보니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다. 아마, 사진을 찍을 정도로 맛이 좋았던 게 아닐까.


여행 기록을 다 마치고 나면, 그나마 확인한 장소들을 지도 위에서 쭉 이어 붙이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지금도 지도나 로드뷰를 적극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여러모로 조심스럽다.


그래도 브런치 내에 장소를 표현하는 기능이 있으니 슬쩍 활용해볼까 싶다. 이전 글에도 틈틈이 장소 표시를 추가하려 한다.

그리고 의외의 장소를 또 한 번 만났다.

오뚜기에 입사지원했다면 사용했을 프로필 사진

무엇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 셀카만 6장을 찍었다. 오뚜기 주식회사 제유공장이 아니라 오뚜기제유 주식회사인 것을 보면 오뚜기의 자회사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이 정도에서 오뚜기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담기면 좋겠으나 안타깝게도 없다.




오후 7시가 되니 제법 어둑해졌다. 그리고 조금 의아한 안내판을 만났다. 왜 두 번째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첫 번째라고 하지 않으니까 의외의 신뢰감이 든다

이전에 한 휴게소에서 양평해장국 광고판을 본 일이 있다. 부산에 가는 길이었는지, 다른 때였는지 모르겠으나 여하간 걸어서 다니는 여행이었으니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에 있는 휴게소였을 것이다.


때가 늦어서 모든 시설에 조명이 꺼져 있었고 사람도 없었다. 아마 음료수 자판기가 작동하고 있어서 들렀다 간 것으로 기억한다.


주차장에는 커다란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커다란 광고판에 불이 들어와 있었는데 거기 쓰여 있는 게 양평해장국이었다. 휴게소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던 걸까? 양평이 아니었던 건 분명해서 기억이 남아 있다.


사진으로 돌아와, 로드뷰를 보니 이곳은 도누리 숯불갈비, 다육 커피 돈가스 Cafe를 거쳐 지금은 금왕 양평해장국으로 영업 중이다.




응천공원을 나온 이래로 음성로를 따라 쭉 남향으로 걸었다. 날이 어두웠지만, 시내가 멀지 않아 부담이 적었다.


사진에 남은 무극 용 ○○ 터미널의 위치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건물 자체가 남아 있지 않아 주소도 조금 다르다.

이전 로드뷰에서는 무극 용버○터미널이었다. 사실은 무극 공용버스터미널이었을지도.
도보여행에도 포기하지 못한 무한도전

어디서 묵었는지 사진을 찍어놓은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돌이켜 생각하면 다른 날에 비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두리번거리며 다녔던 하루였다. 이렇게 4일 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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