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기분이 어떤지 꼭 스스로에게 물어봐주길 바라.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속도가 크게 다르지 않기를, 두 번 이상 하늘을 바라볼 힘이 있기를, 사랑을 품을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바라. 오늘도 먼 곳에서 약간의 용기를 보낼게.
평소 읽던 것에 비해 꽤나 두꺼워서 제목이 뭐냐고 물어봤던 책 기억나? 브라이언 그린의 멀티 유니버스(The Hidden Reality), 요즘 그 책을 많이 떠올려. 몇 개월 후 돌아가면 아침마다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어. 시간은 공간적 개념이라는 생각을 거의 매일 하면서 지내거든. 책의 부제를 빌리자면, 우리의 우주가 유일하지 않다는 생각. 우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어떤 나라에 집중하기보다는 특정 지역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해. 크고 엄청난 체제전환과 같은 것을 더 이상 믿지도 바라지도 않거든. 대신 우리가 어떤 땅을 딛고 서서 누구와 어떤 혁명적인 상상을 하는지, 그래서 어떤 요구(demand)를 만들어내고 행동하는지, 혹은 누군가가 왜 그 공간을 결국 떠나게 되는지를 궁금해하면서 지내. 우리가 어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주 애써도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공간에서는 괜히 남들을 따라하려다 우리가 가진 힘의 60%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잖아.
여행이 주는 경험을 과소평가 해왔어. 실은 여전히 그런 편이지. 그런데 그건 여행을 갈 기회가 아주 적었고, 그래서 일단 남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기 바빴고, 구석구석 살펴보기보다는 큰 건물들 앞에서 사진 찍기 바빠서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우리가 그런 경험들을 큰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순간이 늦지 않게 찾아오면 좋겠다.
나는 이번 주부터 성별, 성 정체성, 성적지향, 장애, 인종, 국적 같은 것들에 의한 편견에 구애받지 않는 공간에서 파워리프팅을 시작해. 정신이 다른 것을 신경쓰느라 흐트러지지 않고 오로지 힘을 쓰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그리고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줘서 혼자라면 가질 수 없을 힘을 가질 수 있게. 기록보다 중요한 게 뭔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 아침에 달릴 때도 그런 생각을 해. 뛰는 게 더 이상 즐겁지 않으면 천천히 뛰거나 걸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싶다.
초등학교 때 급식으로 나온 해파리무침을 다 먹지 못해서 윗층에 있던 내게 대신 먹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던 것처럼, 밥 먹을 기운이 없으면 강아지랑 산책을 나갔던 것처럼, 우리 그런 정도로 서로에게 의존할 수 있는 힘을 늘 품고 살자. 다른 생명에게 쏟는 사랑에 주저하지 말자. 다른 곳에서는 우리가 또 다른 힘을 발견할 수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