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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미 Aug 06. 2024

10초 이효리는 어데가고

라떼푸념 궁시렁


거울 보는 게 싫어졌다.

눈을 뜨면 내 모습말고 다른 게 보이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평상시 다른 이의 얼굴을 보며 지내다보면 어느새 잊어버린다. 잊고 있던 내 얼굴을 살짝 스치기만해도 허걱!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나이가 들었구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걸까. 마주한 내 얼굴을 봐주지를 못한다. 순리에 순응해야 곱게 나이 먹을텐데 마음가짐이 쉽지 않다.  

   


그때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흐뭇한 시기가 있었다소위 라떼시절 얘기다. 인상 좋다는 얘기를 곧잘 들었다.예쁘다는 말도 꽤 들었다. 길거리에서 낯선이가 불러 세워 말을 걸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말주변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대답은 단답형으로 하고, 설명 대신 웃음으로 넘기고, 때울 때가 많았다. 조리있게 말하는 사람, 자기 소신을 뚜렷하게 풀어내는 사람, 말빨 좋은 사람이 한참 부러웠다.  듣는 게 편해서 말 잘하는 친구가 많았다. 다행히도 방청객 모드의 격한 반응이 내 무기였기에 상대도 신나게 줄줄줄 얘기했던거 같다.


상대방 말에 맞장구칠 때나, 할 말이 딱히 없을 때, 말문이 막혔을 때 등등 웃음을 남발했다. 헤프긴 했다.

그래도 주변에서 예쁘게 봐주었다. 눈웃음을 치는 걸 보고 '10초 이효리'라는 별명도 붙여주었다.     



지금은...

맘껏 웃지 못하고 경직된, 뚱한 표정으로 지낸다. 자글자글해지는 게 싫어서다. '10초 이효리'로 눈웃음을 시원하게 날리던 그 얼굴에는 풋풋함은 사라지고 웃음 흔적이 깊게 남아버렸다.


'받아들이기' 숙제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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