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무덤?
오늘 아침 식사샷이다.
SNS를 장식하는 뽀대나는 레스토랑 식사 인증사진에 비하면 단출하기 그지없다. 부러움을 사기는커녕 거들떠보지도 않을 사진이다. 있어 보이는 사진만 올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투척해 본다.
지나가다가 혹시라도 누군가 보게 된다면, 스크롤바를 내리다가 얼핏 스치게 된다면 한 소리 할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탄수화물을 먹는다고 볼멘소리 하거나 식기류가 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예상되는 다섯 소리
1. 아침부터 탄수화물이야?
2. 플레이팅 도마가 너무 좁디좁아 보이는데.
3. 빵은 포크로 먹어야지.
4. 빵에 핫소스를 찍어 먹는다고?
5. 파스타도 아닌데, 빵에 볼이 웬 말이냐?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궁색한 변명으로 비치긴 싫은데.
1. 그냥 탄수화물 덩어리 아니고, 쫄깃쫄깃 베이글이다. 전날 네이버페이 할인 찬스를 써서 파리바게트에서 공수해 온 아이다. 기분 좋게 득템한 덕에 즐거운 식사를 했다.
2. 이것뿐이다. 좁디좁은 플레이팅 도마라도 손수 만든 작품이다. 생애 처음으로 내 손으로 문지르고, 문대서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도마이다.
3. 1인 가구 1 포크로 살고 있는데, 달랑 하나 있는 포크가 설거지통에 있었다. 씻기 구찮았다. 젓가락으로 콕콕 찍어 먹으니 포크 못지않다.
4. 블루베리잼 뚜껑이 하도 열리지 않아 굴러다니던 핫소스로 구색을 갖췄다.
5. 갈기갈기 뜯어놓은 베이글 조각을 널브러뜨리고 싶지 않아 안전빵으로 볼을 갖다 썼다.
한번 웃어보라고 어설픈 사진 하나 더 투척한다. 초짜 티가 물씬 풍긴다. 복장부터 꽝, 자세도 허술하다.
집에서 나온 차림에 기지개 켜는 중이다.
그래도 필라테스 수업 5회 받고 남긴 사진이라면 봐줄 만하지 않을까? 최대한 단점을 보완하면서 최상의 각도로 연출해주신 필라테스 쌤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