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숙박 이야기
머릿속이 복잡해서 비워내고 싶을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프다. 그런 생각으로 가는 여행이라면 이곳이 제격일 듯하다. 하룻밤 묵어가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
숙박동 입구에 들어서면서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속세를 벗어나 별천지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산 하나가 통으로 리솜 포레스트 구역이란다. 어마어마함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삼 층짜리 같은 모양의 집이 산속 동네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산속 마을 꼭대기 쪽 34동에 배정을 받았다. 숲 속 산장 같다. 없는 게 돈이라서 별장이나 세컨하우스는 꿈도 못 꾸는 내가 이런 호의호식을 누리다니 꿈만 같다. 큰맘 먹고 지르길 잘했다.
일반 평민이 유명인 행세하는 기분이 든다. 사생활을 전혀 침해받지 않는 공간 구성 때문이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일방통행으로 주요 산책로와 명확히 구분 지어서 외부인의 통행을 제한했다. 개인적인 공간을 확실히 하여 독립성을 보장했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는 연예인이 된듯하다.
집채와 숲은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져 숲 속 마을 같았다. 각 숙소는 대리석, 돌, 나무 등 자연 재료를 사용하여 친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에는 진짜 같은, 그럴싸한 모조 벽난로가 자리를 차지했다.
탁 트인 전망에 속이 후련해졌다. 복작복작 도시와 달리 공간 사용을 시원시원하게 해서, 체기가 뻥 뚫리는 듯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은 집 입구에 있는 널찍한 개별 테라스였다. 현관문 앞 나무데크 테라스에서 밖을 내다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분위기 탓에 봉지 커피가 엄청 맛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앉아서 수다 떨었다. 밤에는 별이 어찌나 쏟아지던지 그 자리에서 바로 누워서 밤하늘을 만끽했다. 온 우주를 가진 기분이었다. 하룻밤이 너무나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