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푸념 궁시렁
거울 보는 게 싫어졌다.
눈을 뜨면 내 얼굴이 아닌 다른 게 보이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다른 이의 얼굴을 보며 지내다보면 어느새 내 얼굴은 잊어버린다. 그러다가 잊고 있던 그 얼굴을 살짝 스치기라도 하면 허걱! 현실을 마주한다.
'나이가 들었구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걸까. 마주한 내 얼굴을 봐주지를 못한다. 순리에 순응해야 곱게 나이 먹을텐데 마음가짐이 쉽지 않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흐뭇한 시기가 있었다. 나의 리즈시절. 인상 좋다는 얘기를 곧잘 들었다.예쁘다는 말도 꽤 들었다. 길거리에서 낯선이가 불러 세워 말을 걸기도 했다.
지금처럼 그때도 말주변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단답형 대답에, 설명 대신애 실없이 웃으면서 넘겨버렸다. 조리있게 말하는 사람, 자기 소신을 뚜렷하게 풀어내는 사람, 말빨 좋은 사람이 0순위로 부러웠다. 듣는 게 편해서였을까. 내 주변에는 말 많은 친구가 많았다. 나는 방청객처럼 격하게 호응했고, 상대방은 신이나서 줄줄 얘기했다. 나는 상대방 말에 맞장구칠 때나, 할 말이 딱히 없을 때, 말문이 막혔을 때 등등 웃음을 남발했다. 그래도 주변에선 나를 예쁘게 봐줬다. 눈웃음을 치는 걸 보고 '10초 이효리'라는 별명도 붙여주었다.
지금은 맘껏 웃지 못하고, 뚱한 표정으로 지낸다. 자글자글해지는 게 싫어서다. '10초 이효리'로 눈웃음을 시원하게 날리던 그 얼굴에 풋풋함은 사라지고 웃음 흔적이 깊게 남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