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고 오니 좋다.
난생처음 ‘백일장’이라는 데를 가봤다.
요즘 소소한 일상적기에 재미를 붙이면서 뭔 자신감이 생겼는지 덜컥 일을 저질렀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고 원래 초짜가 사고를 잘 친다. 글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보고 싶기도 했고, 그 분위기에 자극받아 글쓰기 모터를 달고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경험 삼아 백일장을 치렀다.
얼마나 설렁설렁 갔던지 기본 중 기본인 ‘원고지 작성법’조차 확인하지 않고 들어갔다. 문단 시작 전 한 칸 들여쓰기는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문장 끝 부호 처리가 관건이었다. 마침표를 따로 옆 칸에 찍어야 하는지 마지막 글자 바로 밑에 같은 칸에다 찍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베팅하듯 찍었다.
당일 발표되는 글제로 글을 풀어가야 하는데 막혀서 많이 못 적을 거라 예상했다.
채워야 하는 분량은 원고지 10장 내외였다.
작약, 새벽, 골목길, 텃밭, 하나 더 기억이 안 난다.
다섯 가지 글제가 발표되고, 한 가닥의 연결 고리라도 찾으려고, 짱구를 돌리기 시작했다. 머릿속 알고리즘이 가동되고, 아빠네 화단에서 작약을 처음 본 게 떠올랐다. 무조건 써야겠다는 막중한 사명감으로 작약을 곁다리로 걸친 아빠의 시골 이야기를 생각해냈다.
연습장에 두서없이 쓰고 싶은 거 다 써보고, 대충 순서를 잡아 맥락을 잡아나갔다.
그래도 써진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열 시 반부터 시작해서 열두 시 반까지 원고지 작성하는 시간 두 시간을 준다. 거의 5분을 남기고 쫓기듯 써서 제출했다. 제출 전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는 글자가 날아다니고 난리가 났다. 보면 볼수록 부끄럽다.
집에 와서 퇴고하면서 다시 한번 다듬어 보았다. 브런치에 올려보고 싶어졌다.
혹시 모르니_김치국 한 사발 마시고 내뱉은 말^^
백일장 수상 발표일 7월 26일 금요일이 지나고, 브런치에 발행해야지.
나오는 길에 기념품으로 받은 벽걸이 현수막
둘둘말았다가 펼쳐드니 장원급제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