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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필가 Aug 21. 2024

3. 집중

한 곳을 중심으로 하여 모임,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부음



어렸을 적부터 난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일어나

방 문을 열면 안방 문 앞 콘솔 위에 과일 주스 한 컵이

비어져 있는 것을 익숙히 봤다.

그러다 어쩌다 잠에서 일찍 깨 방을 나오면

빈 컵이 아닌 한가득 차 있는 과일주스

한 컵이 놓여 있었다.


어느 날은 주스가 빨간색이면 ‘토마토인가?‘

초록색인 날은 ‘케일인가? 맛없겠다.’

노란색일 때는 ‘사과인가 보다’ 싶었다.

당연하게 콘솔 위에 올려진 아침 주스라고 생각했는데

매일 손수 과일과 야채를 갈아서 만든

엄마의 정성이 이제는 대단하다고 느낀다.


나와 5살 터울의 언니는 동갑인 형부와 결혼을 했다.

매일 아침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리고

그 컵 위에 메시지를 적어서 형부에게 전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요 여보"


친정 집에 와서도 언니는 그랬다.

한창 깔깔 웃으며 이야기하다가도

형부의 퇴근 전화를 받으면

목소리의 톤이 밝아지고 곧장 발걸음을 집으로 옮긴다.


당연한 걸 알지만 가끔은

우리 언니라는 이름보다

형부의 아내의 모습이 자연스러워진 언니의 모습이

문득 서운해질 때가 있다.


그리고 난 결혼을 했다.

내가 본 아내의 모습은 이러했으니

나도 아내의 몫을 하리.

그래서 내 인생에 중요한 결정이었던 결혼.

그리고 나한테 생긴 남편.

실체도 없지만 신혼이라는 지금 이 시기에 가정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난 퇴사를 했고

누군가의 아내인 삶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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