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 무덤에서 사는 엄마!>

-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by avivaya

오늘도 엄마와 대화는 길게 하지 못했어. 시작은 괜찮았는데. 말하다 보면 자꾸만 과거 사건들이 등장하게 되네.

그런 데다가 서로 할퀴었던 언어와 행동이 목에 걸린 음식물 조각처럼 기어이 뱉어내고 싶어 지니까. 물론 나에게는 과장된 기억에다가 피해자였던 추억이 대부분이라 거세게 항의하는 심정으로 말하게 되지만. 본의 아니게 한바탕 소요를 일으키고 뒤돌아서면 나도 후회 많이 해요 엄마. 다 지나가버린 사건으로 쓸데없이 시간을 써버리게 됐으니 말이지. 게다가 씩씩거리다 체념하듯이 불가능을 인정해 버리고 되뇌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져 가는 것만 같아서 나도 괴로움에 빠져.

마치 공들여 질서 있게 쌓아 올린 자존감의 방어벽이 엄마가 찬 발길질에 사방팔방 튀어서 흩어지는 것만 같아. 나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

더군다나 나로서는 최후 보류와도 같았던 무덤 속 과거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순식간에 휩쓸려 다시 끌려 들어간 것 같거든. 이미 먼 길을 떠난 기차를 보면서 탔어야 했다는 하나마나한 죽은 소리에 불과한데 말이지. 그리고 지금에 와서 왜 쓸모도 없는 과거 진심을 밝혀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심지어 엄마랑 나누는 대화 주제는 항상 진상을 규명하다 옥신각신으로 흐지부지 끝나 버리게 돼. 서로 왜곡된 기억 때문에 서로 공방 하는 중에 진실보다는 인신공격과 모녀 의절 협정으로까지 커져 버리는 현상에 죽을 맛이야. 그래서 어쩔 때는 무덤에 내가 먼저 가고 싶어 져. 물론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가끔 현재 내가 살아 있는 공간이 엄마 무덤 속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과거에 파묻혀 사는 기분. 멍청한 후회로 세월을 버리고 있는 기분. 나는 머저리가 된 것 같아. 젠장!!

게다가 엄마와 대화에는 후회와 미련으로 썩은 과일들이 내 바구니에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야. 맛있고 탐스러운 열매들은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이지. 왜 그런지 궁금하고 해결하고 싶어. 엄마 눈에 실한 것들은 나에게는 불필요한 것들일 뿐이야. 나는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그것을 당연하게 존중받고 싶어요 엄마! 그동안 엄마 눈에 좋아 보이는 것들이 나를 얼마나 망쳐 놓았는지 보라구! 나는 오랜 시간 불행했어요 엄마! 이유도 몰랐었지. 이제야 어렴풋이 느끼고 돌아서고 있는 중이야. 내게 용기를 줬으면 좋겠어. 더 이상 엄마가 바라는 대로 편안한 삶은 사양할 생각이야. 무덤 속에서나 느낄만한 죽은 듯한 편안함 말이야. 그리고 내가 엄마 따라 죽을 수도 없잖아! 이제 그만 나를 잡고 있는 손은 놓아 버려요. 나도 엄마도 갈 길이 다르니까 여기에서 손 흔들며 헤어져요! 내 걱정 말아요!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4화<14화 : 엄마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