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렇지 않은 척
부유한 냄새를 풍기고
바람 한 점 없었던 삶을
기억에서 지운다.
해진 속옷 같았던 삶을 버리고 싶었다.
텅 빈 눈동자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거친 손과 발을 외면하고 싶었다.
환희 없는 젊음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모르는 척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날카로운 빛이 나를 감싸고
내 숲이 훤히 드러난다.
맑은 하늘이 아직 그대로다.
나는 젊은 날을 다시 살아간다.
생명력을 소진하고 정지해 있는 구리 냄비에 마음이 쓰인다. 아마도 내 모습이 투영된 선택적 관심인 것 같다.
음식을 가까이하는 일에서 손 뗀 지 오래됐고 사물을 보관할 용도 변경도 불가능한 것 같고 미적 가치에 점수를 줄 수도 없다. 그저 못났고 쓸모없다.
게다가 열등하고 지저분한 상태이다. 그 덕에 조롱거리가 되고 자리만 차지하고 살고 있다. 모두들 버리게 될 기회만 노리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모든 기능을 상실했다. 물론 능력 있는 주인공 역할은 해 본 적 없었다. 언제나 내 인생은 불운하고 찌그러졌다고만 생각했다.
변변찮은 삶은 나에게 큰 약점이었다. 불평과 불만은 쌓여만 갔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마음을 빼앗겨 지냈고 그들은 내 모습과 비교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번번이 무너졌다. 밑바닥으로 떨어지기만 했다. 그것이 좌절이고 절망이라고만 여겼다. 더 이상 가치 있는 삶은 살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보이는 삶은 거대한 빙산에서 깨진 파편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것으로 내가 탄 배를 난파선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내 앞에서 춤추고 있는 물결에 잠시 정지해 있을 뿐이다. 나는 다시 목적지를 향해 노를 잡고 저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