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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on Jul 11. 2021

사랑이 타오르고 남은 자리에

잎사귀가 꽃잎에게

     

감히 다가가 닿을 수는 없었어도,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이

좁은 가슴 터지도록 벅차올랐다.     


바람결에 같이 춤추며 즐거웠고,

서로를 깨우며 맞던 찬란한 새벽, 그 모든

이슬과 햇살, 눈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너와 함께면 마음 환하고 따스해져

내 삶 너머에 있다는 그

한겨울도 버틸 것 같았는데,     


맑고 상냥한 저 새소리,

거기에 담아 네게 건넬 시 한 자락

나 아직 못다 썼는데,     


밤 소나기

세찬 빗방울에

훌쩍 떠나간

내 짝사랑아.     


이 내 눈물 마를 무렵

너 진 자리에 맺힐 열매,

내 푸른 숨결로 감싸 지켜줄게.     


널 품은 심장     


낡은 슬리퍼는

왼쪽으로만 닳아 있었다.     


미처 모르는 사이

기울고 있었다.     


널 품은 심장의 두근댐이

시간을 걸어온 무게만큼     


이렇게

너로 가득한 마음, 그 나침반... 늘     


너를 향해 있었다.     


다리를 기다리는 다리(돌 징검다리를 건너며)     


한 뼘 앞 마주 보며

너와 나, 우리가

닿을 수는 없음이 숙명

이어서, 그래서, 너와 나

오후 햇살에 젖은

두 애틋함 만나게 해 줄

왼발 그리고 오른발

언제 올까 기다린다.     


기억을 녹이는 밤의 기억     


버려도

어딘가에 뒹굴 거고, 지워도

지우개 밥은 남을 테고,

태워도

재는 그대로이겠지.     


...... 녹일 수밖에.

흔적이 더 아픈 기억     


잊히기를 기도하며

알코올에 아득히 잠기는,

여기 텅 빈 술집, 밤 9시 57분의 기억.     


잊혀진 계절     


그가 담긴 마음 느리게 걷던 늦가을

새벽, 은행잎이 그린 그리움 앞에

멎은 건

발걸음만 아닌     


저린 가슴, 나직이 터진

입김에 떨린 찬 허공에

되뇐 그 이름

끝내     


잊혀지려다 잊혀지지 못한

어느

10월 31일.     


그래도 너     


버려진 가슴의 상처도

너를 애타게 찾는다.     


그래도... 그립다.


그래도... 너다.     


너에게로 또다시

(정수기 안에 고인 물은 포기하지 않는다.)     


네 타는 속 적셔주고파

밤새 기다린     


오랜 설렘이 죄였어. 고여 있던 나

무심히 개수대에 흘려보낸     


너에게로 또다시

여기 담기기 위해,     


버려진 나는, 땅과 하늘을

지나고 돌아 먼 여행...     


마치고 다시 찾아와,

그리웠던 너

촉촉하게 해 줄 그 어느 날을, 나는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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