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다가가 닿을 수는 없었어도,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이
좁은 가슴 터지도록 벅차올랐다.
바람결에 같이 춤추며 즐거웠고,
서로를 깨우며 맞던 찬란한 새벽, 그 모든
이슬과 햇살, 눈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너와 함께면 마음 환하고 따스해져
내 삶 너머에 있다는 그
한겨울도 버틸 것 같았는데,
맑고 상냥한 저 새소리,
거기에 담아 네게 건넬 시 한 자락
나 아직 못다 썼는데,
밤 소나기
세찬 빗방울에
훌쩍 떠나간
내 짝사랑아.
이 내 눈물 마를 무렵
너 진 자리에 맺힐 열매,
내 푸른 숨결로 감싸 지켜줄게.
낡은 슬리퍼는
왼쪽으로만 닳아 있었다.
미처 모르는 사이
기울고 있었다.
널 품은 심장의 두근댐이
시간을 걸어온 무게만큼
이렇게
너로 가득한 마음, 그 나침반... 늘
너를 향해 있었다.
한 뼘 앞 마주 보며
너와 나, 우리가
닿을 수는 없음이 숙명
이어서, 그래서, 너와 나
이
어
서
오후 햇살에 젖은
두 애틋함 만나게 해 줄
왼발 그리고 오른발
언제 올까 기다린다.
버려도
어딘가에 뒹굴 거고, 지워도
지우개 밥은 남을 테고,
태워도
재는 그대로이겠지.
...... 녹일 수밖에.
흔적이 더 아픈 기억
잊히기를 기도하며
알코올에 아득히 잠기는,
여기 텅 빈 술집, 밤 9시 57분의 기억.
그가 담긴 마음 느리게 걷던 늦가을
새벽, 은행잎이 그린 그리움 앞에
멎은 건
발걸음만 아닌
저린 가슴, 나직이 터진
입김에 떨린 찬 허공에
되뇐 그 이름
끝내
잊혀지려다 잊혀지지 못한
어느
10월 31일.
버려진 가슴의 상처도
너를 애타게 찾는다.
그래도... 그립다.
그래도... 너다.
네 타는 속 적셔주고파
밤새 기다린
오랜 설렘이 죄였어. 고여 있던 나
무심히 개수대에 흘려보낸
너에게로 또다시
여기 담기기 위해,
버려진 나는, 땅과 하늘을
지나고 돌아 먼 여행...
마치고 다시 찾아와,
그리웠던 너
촉촉하게 해 줄 그 어느 날을, 나는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