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에 덧붙이는 헌시(獻詩)
끝이 보이는 길일지라도
내딛기 시작하기를.
행여 마음 다치게 할까 저어하다
마음 닫히게 하지 말기를.
손 잡고 걷는 길가 풀꽃이 손짓하는
불꽃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남기지 말고 들이마시기를.
그렇게 함께 걸어가는 길 위에서
후회 없을 뜨거움
느리게 식어가기를.
그렇게 함께 걸어가는 길 끝에서
후회 없을 고마움
천천히 고백하기를.
나와 같지 않으며
나와 같은 너.
서로를 나누어
주고 또 받으며
네 안에 내가 서리고
내 안에 네가 서리어
하나같은 둘
둘인 하나
거울 앞에 선 너와 나는
거울에 비친 나와 너.
함께한 시간이
흩어져 사라진
함께한 공간은
온몸을 에인다.
다시 꼭
만나고 싶은 너.
그러나
홀로만의 회상 속에서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너.
세상에 넘치는 빛들
그 아주 작은 한 줌도
감히 탐나지 못하던
철저하게 처절한
체념의 깜깜한 늪
반지하 먹통 쪽방 쳇바퀴 위 구르던
컵라면에 소주 병나발 마냥
초라한 만큼 질기던
生은 死가 아닐 뿐
삶은 아니었다가
극한을 만난 절망도 제풀에 지쳐
맨땅에 스스로를 던져
산산조각 먼지구름 피어오를 때
라디오 스피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라는
질타가 건네는 위로
그 위로 흐르는 음표가
死의 아가리에 처박히려던 生을
삶
삶으로 끄집어내었다.
천천히
눈 감고 떠올려 보는 얼굴
주근깨가 몇 개였더라.
밤하늘 별을 세듯
그리움이 널 그리다
감은 눈꺼풀 검은 도화지에
스산한 눈물 느리게 번진다.
끝내 너 마침표 찍지 못한
너의 마지막 말
끝내 나 지울 수 없는
너의 마지막 말
아프게 매운 짠물 되어 가슴에 고인
마지막까지 잊지 못할 그 말들,
계속 이어가는 날이 온다면...
너와 나 함께 뜨거운 눈물로
얼어붙은 시간의 벽을 녹이는 그날
천국의 맑은 아침은 꼭
봄이리라.
닿을 수 없는 저편에서 서로가
보고 싶다 외치다
끝내 우리가 서로 다시
보는 날, 봄날
꼭
오리라.
기억이란...
누더기.
더는 부끄럽기 싫은
무의식의 부끄러움이 파내 버린
빈 구멍 그 틈으로, 외려
맨 살 드러나는 수치심의 도돌이표.
기억이란...
화려한 누더기.
찬란히 빛났던 어느 날의 벅찬
마음이 회상으로 덧칠한
그때 그 맑은 하늘보다도, 오히려 더 하늘스러운
켜켜이 감동 쌓인 추억은 바래지 않을 아름다움.
화려한 누더기 걸치고
내 잠 속으로 잠기는 23시 57분.
기억이 너를 부를 때
끝나버린 사랑과 끝없는 이별은
오늘 이 꿈속에서
아름다운 도돌이표 위로... 홀로 춤춘다.
너를
알고
싶고
너만
안고
싶어
너의
품에
나를
던짐
이리도
행복한
녹아듦
네안에서
네안으로
너와함께
사라지면서
태어나리라
우리 같이 채워 간 공책
교환일기
책장마다 묻은 손때
물끄러미 보다.
네 손가락 사이 펜 걸어간 페이지에
떨리는 손가락 다가서다.
함께한 날들
끝나지 않을 거라던 날들
가만히 떠올리다.
어느 늦여름 오후
노트 건네며
한낮 무더위 시들어가는
노을 품은 구름가 빛날 때
별보다 빛나던 반짝
네 두 눈
지금 눈앞에 그대로인
듯하다.
마지막 페이지
네 힘겨웠을 마지막
두 마디
사랑해... 미안하다.
그 위로... 툭
한 방울 번진 자국
하나 더 늘다.
다시는 펼치지 않으리라
책장 덮으며
혼잣말 또 거짓말 속삭이다.
나는 아픔을 모른다.
너만을 위한 이 무대
다 장조 선율 흐름에
세상 단 한 사람 기쁘게 하는
벅찬 행복의 힘으로 밟는
스텝 사이로
발가락 찢어져도
멈춤 없는 춤.
나는 아픔을 몰라야 한다.
너는 내 아픔을 몰라야 하기에
나도 내 아픔을 몰라야 한다.
네 얼굴에 미소가 시들지 않도록
썩어가는 내 발가락 시드는 날까지
멈춤 없어야 할 춤.
언젠가 조명이 꺼지는 날
내 발가락 힘 다하는 날
설마라도 혹시라도 잠시라도
날 가엾이 여길 지도 모를
네 얼굴에 미소 시들지 않도록
그땐
너는 나를 몰라야 한다.
음악 속 춤의 사위만
네 추억 어딘가 자리 잡고
널 위한 춤만으로
세상에 감사했던 발레리노
너는 기억 못 해야 한다.
너만을 위한 발레리노, 나는
아픔을 모른다.
가을날 아련한 달빛
흔들며 내 안으로 들어온
사람
마음 한가운데
그를 위해 마련한
방에
들어오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가버리는
사람
기다림과 그리움에 지쳐
홀로 에이는
가슴
이젠 그만하라고 외치며
빈 방 걸어 잠그고 외면하라 부르는
노래
해체를 위한 다짐도 잠시
노래가 끝나고
여기
언젠가 슬픔 달래러 위로를 찾아
이 방 찾을지도 모를 사람 위한
청소
빗자루 들고 속으로 눈물 삼키며 들어서는
마음 한가운데 그를 위한 텅 빈
방에
끝없는 기다림
변치 않을
끝사랑